정부가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검토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미 안보협력과 원유 수송로 보호라는 현실적 필요성이 있는 반면 당내와 진보정당에서는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파병 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여권 내부의 새 갈등축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서 “미국이 일으키고 수렁에 빠진 기약 없는 전쟁에 우리 국민과 군을 내몰 수는 없다”며 “비전투병 전력이라 한들 그 본질은 명백한 전쟁 참여”라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 파병 동의요청안이 오면 국익과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호르무즈 파병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는 정부 방침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신중한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정부 입장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별히 언급할 내용은 없다”며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대미 안보협력과 원유 수송로 보호를 위해 비전투 전력의 제한적 파견은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 군 전력 파견은 전쟁 개입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노무현정부 당시 이라크 파병 동의안을 놓고 여권이 찬반으로 갈라졌던 전례도 부담이다.
조국혁신당 등 진보정당과의 연대도 변수다. 김민석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민주당이 진보진영과 통합·연대를 모색하는 가운데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헌법의 “대한민국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조항을 인용하며 반대했고, 진보당과 정의당도 파병 반대 입장을 냈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청와대의 메시지가 엇갈린다며 공세를 높였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5일 청와대가 “전투·비전투 등 다양한 옵션”을 언급한 반면 이재명 대통령이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파병 얘기는 정말 어렵다”, “진척된 게 없다”고 한 점을 거론하며 “청와대는 파병을 간 보고, 대통령은 뒤로 빠지는 기막힌 ‘양두구육’ 엇박자”라고 비판했다.
6일에도 공세는 이어졌다. 조용술 대변인은 “미국의 요구에는 선뜻 답하지 못하고, 이란의 경고에는 움찔하며, 국내에서는 눈치 보느라 결정을 미루고 있다”며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안철수 의원도 지난 3월 자신의 파병 제안에 반대했던 민주당 위성곤·김영배·황명선·이기헌·정진욱 의원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 등을 거명하며 “국회로 파병 동의안을 보내기 전에 친여권 인사들의 안보자해극부터 단속하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