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작년말 “두 달 내 40곳 선정” 각 지자체 연구원에 통보서 보내 시간 쫓겨 주민 공청회 없이 제출 최근 구체 계획 발표에 졸속 우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면서 대상 기관을 사전 공지하지 않고 두 달 만에 유치를 희망하는 기관 명단을 제출하도록 해 지자체들이 주민 공청회조차 갖지 못하는 등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경제의 파급효과가 큰 공공기관으로 지자체들 유치 신청이 몰린 데다 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 발표로 유치 경쟁률이 더 높아졌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법무부-성평등가족부 등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전남광주시, 부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내년 상반기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본격 추진한다는 정부 발표 이후 지자체들이 유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미 올해 2월 정부에 유치를 희망하는 공공기관 명단을 낸 지자체는 이번에 이전 대상과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오면서 대응 방안을 재조정하는 등 새 판짜기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국토연구원을 통해 각 지자체 출자 기관인 연구원들에 유치를 희망하는 40곳을 선정해 지난 2월까지 제출하도록 통보했다. 40곳 가운데 핵심 유치 기관 5곳은 명시하도록 했다.
지자체 연구원은 두 달 내에 40곳을 선별해야 해 기본적인 주민 의견 수렴조차 거치지 못했다. 한 지자체의 연구원 관계자는 “연구원이 초안을 마련해 주민들이 어떤 기관 유치를 희망하는지 정도는 파악해야 되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결국 전문가 몇 명의 의견을 듣고 지자체와 유치 희망 기관을 선정했다”고 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지자체와 연구원은 시간에 쫓겨 유치를 원하는 공공기관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 더구나 지자체 연구원은 국토부의 용역 의뢰를 받아 연구목적으로 지역 발전 전략에 맞춰 기관을 선정해 연구목적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자체들이 공공기관 인력·예산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규모가 큰 산업은행과 농협중앙회,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 10여곳으로 유치 희망 기관이 집중됐다. 지역 산업 연계성이나 기존 혁신도시와의 관련성 등이 경제적 파급력에 우선순위가 밀린 것이다.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정치 논리나 지역 안배 식으로 공공기관을 나눠 주면 안 된다”며 “지자체들도 지역 주도 성장을 하겠다는 것을 준비해서, 지역 산업에 필요한 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기존 혁신도시, 지역 대학·산업과의 연관성 등을 감안해 11월 이전에 이전 기관을 확정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연구원의 신청이 합리적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전혀 반영하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도 “5극 3특 성장 엔진과 혁신도시 기능군을 고려해 지자체 신청과 관계없이 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