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연준(Fed)…지난해 워싱턴서 한·미 금융 교류 [더 나은 경제, SDGs]

작년 5월15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준비제제도 이사회(FRB) 초청으로 미 워싱턴DC의 연준 본부에서 앤 미스백 사무처장(맨 오른쪽)을 비롯한 연준 국장들과 오찬 회의를 하는 김정훈 한국거래소 공익대표(맨 왼쪽) 사외이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다시 전 세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월 취임한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은 지난달 29일 잭슨홀 연설에서 물가를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인하를 요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워시 의장의 입장이 충돌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연준에 가해온 압박이 통화정책 독립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준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통화정책 수립기관이다. 기준금리 결정과 달러화 발행뿐 아니라 은행 감독·규제, 금융소비자 보호, 금융 안정 감시, 지급결제 시스템 운영, 국제금융 협력까지 담당해 한국으로 치면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핵심 기능을 아우른다. 한은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맺었고, 2020년 코로나19 시기에는 600억달러 규모로 확대해 달러 유동성이 위축되는 국면에서 국내 외환·금융시장의 불안을 줄이는 안전판 역할을 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에는 한국의 금융·자본시장 관계자와 연준 이사회 실무 책임자 간 정책대화도 진행됐다. 당시 5월1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의 연준 이사회(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FRB)에서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 연준 이사회 옴부즈 사무소 측 초청으로 김정훈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겸 금감원·금융투자 부문 옴부즈만 일행이 연준 관계자들과 정책회의를 가졌다. 당시 정책회의는 벤자민 맥도너 연준 이사회 부사무처장(현 사무처장)이 사전 서신에서 회의와 오찬 일정을 제안했었다.

 

당시 연준이 마련한 공식 일정은 정오부터 방문단과 환영 오찬을 한 뒤 곧바로 회의를 진행하는 식으로 마련됐었다. 회의의 공식 의제는 두 가지인데, ‘연준 옴부즈만과 금감원 옴부즈만 간 협력 채널 구축’과 ‘금융소비자 보호 모범사례-정책 및 규제’였다. 연준 측 참석자는 여러 부서에 걸쳐 꾸려졌는데 이사회 운영을 총괄하는 앤 미스백 사무처장과 벤자민 맥도너 부사무처장, 미셸 페넬 사무처장보가 참석했고, 모니카 산즈 국제협력·전략 책임자, 벤 올슨 소비자보호·감독 수석 부국장, 캐서린 틸포드 대형·외국계 은행 감독 부국장 등이 배석했다.

 

한국 측이 제시한 주요 의제는 연준과 금감원 옴부즈 제도 간 협력 가능성, 연준 옴부즈 제도의 운영 경험 공유, 기업 이사회의 투명성·책임성 강화, 주주·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이었다. 연준 옴부즈 사무소는 1995년 설치된 조직으로, 연준의 규제·감독 과정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민원 조정, 보복 관련 민원 검토, 중요 감독 결정에 대한 공식 이의 제기 접수, 내부고발자 정보의 비밀 유지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회의는 연준 제도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양국의 법제와 감독체계 차이를 전제로 금융소비자 보호와 감독 절차상 권리 보호에 관한 운영 경험을 공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 만남은 한·미 경제·금융 협력의 층위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한국은 신흥국 가운데 연준과 가장 긴밀한 정책 협력 파트너로 꼽힌다. 감독 당국 간 정보 교환, 한미 금융정책 협의회(Korea-U.S. Financial Policy Dialogue) 같은 정부·중앙은행 간 정기 협의, 연구·인력 교류 등이 이어져 왔다.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뿐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와 옴부즈만 같은 시장 신뢰를 위한 하부 제도까지 교류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준과의 공식 정책회의는 그 저변을 확인한 계기로도 볼 수 있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미국 내 정치적 긴장이 커질수록 그 결정이 환율과 금리를 통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국제금융 중심지를 지향하는 한국으로서는 연준과의 실무 협력 채널을 넓혀두는 것이 주요한 과제로 꼽힌다. 개별 인사의 방문으로 정책이 바뀌지 않겠지만, 이런 접촉의 누적이 양국 금융당국 간 협력의 기반이 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 만큼 통화정책 결정뿐 아니라 감독·소비자 보호 같은 제도 차원의 교류를 넓혀두는 일도 필요하다. 지난해 김 옴부즈만 일행의 방문은 연준 고위층의 한국 금융당국 초청이라는 의미뿐 아니라 이러한 고위급 간 교류 축적이 위기대응 국면에서 양국 협력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민보영 UN SDGs 협회 수석 연구원 unsdgs@gmail.com

 

*민 수석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전략 컨설팅 펌 피어스베일(PierceVale)의 대표, 인텔(Intel) 대외협력 자문역, 경기도 환경보전기금운용심의위원,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ESG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