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남정훈 기자] “생애 첫 타격왕이 보인다”
이제 1푼 차로 벌어졌다. 생애 첫 타격왕 등극이 보인다. 삼성의 ‘캡틴’ 구자욱이 9월에도 식지 않은 타격감을 이어가며 타격 부문 선두 자리를 한층 더 공고히 했다. 올 시즌을 마치면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데, 원 소속팀 삼성은 물론 타격 보강을 원하는 팀들의 ‘영입 1순위’는 따 논 당상이다. 몸값 올라가는 소리가 실시간으로 들린다.
구자욱은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KBO리그 LG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 1볼넷으로 맹활약하며 삼성의 10-4 승리에 힘을 보탰다.
전날 5타수 1안타에 그치며 시즌 타율이 0.359에서 0.357로 하락했던 구자욱은 이날 3안타를 보태며 시즌 타율을 0.361로 끌어올렸다. 타격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롯데의 레이예스가 이날 3타수 무안타에 그쳐 시즌 타율이 0.351까지 떨어지면서 이제 구자욱과의 타율 차이는 1푼까지 벌어졌다.
이날 구자욱의 타격감은 1회부터 폭발했다. 1회 2사 후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첫 타석에 들어선 구자욱은 좌중간 안타로 감을 예열했다. 0-4로 뒤진 4회엔 선두타자 박승규의 안타로 만든 무사 1루 상황에서 3루 땅볼을 때렸다. 구본혁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지만, 뒤로 흘리면서 안타로 기록됐다. 무사 1,2루 기회를 잡은 삼성은 최형우의 큼지막한 좌익수 플라이 때 박승규와 구자욱이 3,2루로 진루했고, 디아즈의 2타점 중전 적시타로 2-4 추격에 성공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 찬스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낸 구자욱은 5회 세 번째 타석에선 해결사로 나섰다. 이재현의 볼넷과 김지찬의 기습 번트 안타 및 LG 야수들의 실책으로 무사 2,3루 찬스를 만든 삼성은 박승규가 유격수 팝플라이로 물러나며 1사 2,3루가 됐다.
여기에서 구자욱마저 범타로 물러나면 찬스가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 LG 배터리는 1루가 비었기에 2타수 2안타를 기록 중인 구자욱을 고의4구로 거르고 만루 작전을 펼 수 있었지만, 정면 승부를 택했다. 이는 크나큰 착각이었다. 구자욱이 잡아당긴 타구는 2루수 신민재 옆을 스치며 안타가 됐고, 이재현과 김지찬이 모두 홈을 밟으며 4-4 동점이 됐다. 이어진 2사 1루에서 디아즈의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 때 구자욱은 홈을 밟으며 결승 득점을 올렸다.
통산 타율이 0.321에 달할 정도로 정교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구자욱이지만, 아직 타격왕 타이틀은 없다. 풀타임 첫 해인 0.349로 3위, 이듬해엔 0.343으로 6위에 올랐다. 2023년에 0.336으로 손아섭(당시 NC, 0.339)에 3리 차로 밀려 타격 2위를 차지한 게 최고 성적이다. 2024년에도 0.343으로 타격 4위에 올랐고, 지난해엔 0.319로 타격 6위였다. 올해는 그야말로 생애 첫 타격왕을 차지할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생애 최고의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출루율도 0.443으로 커리어 하이다. 장타율 0.563으로 OPS는 1.006. 오스틴(LG, 1.083), 김도영(KIA, 1.045)과 더불어 장타율 10할을 넘긴 세 타자 중 하나가 구자욱이다. WRC+도 158.1로 오스틴(187.2), 김도영(162.7)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부상으로 꽤 빠져 102경기에 출전했지만, 누적 스탯도 훌륭하다. 138안타, 93타점은 리그 7위에 해당한다.
구자욱은 올 시즌을 마치고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2022시즌을 마치고 첫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지만, 2022시즌이 시작하기 전인 그해 2월, 5년 총액 120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그 계약은 올 시즌을 마치면 종료된다. 120억원을 받는 지난 5년 동안 리그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구자욱인 만큼 생애 첫 FA 자격 행사에서도 1993년생으로 내년이면 30대 중반에 접어들지만, 1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대박 계약이 예상된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구자욱은 구단을 통해 “초반에 쉽지 않은 경기였음에도 후라도가 복귀하는 경기에서 선수들이 각자 본인들의 역할을 잘 해줘서 승리할 수 있었다”라면서 “한 점씩 따라가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섰다. 한 점 한 점이 소중했기 때문에 타석뿐만 아니라 루상에서도 더 열심히 했다. 팬분들이 오늘도 많이 찾아와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