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인류에게 사랑과 자비, 용서와 평화를 가르쳐 왔다. 그러나 신앙의 차이가 민족주의나 정치적 이해관계와 얽히면서 갈등과 폭력의 명분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같은 신을 믿으면서도 교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배척했고, 서로 다른 종교는 오랫동안 높은 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했다.
초교파운동, 종교화합의 선구자 역할
문선명·한학자 총재는 세계평화를 위해서는 종교가 먼저 그 벽을 넘어야 한다고 보았다. 각 종교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사랑과 용서, 희생과 봉사라는 공통의 가치를 중심으로 협력한다면 종교는 평화의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세계 종교의 만남으로
1980년대에는 종교화합운동이 세계로 확대됐다. 문선명·한학자 총재는 국제종교재단(IRF)을 중심으로 세계 여러 종교의 학자와 성직자들이 교류하고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장을 넓혀갔다. 대표적인 사업이 1985년 11월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제1차 세계종교의회였다. 세계 85개국에서 600명 이상의 종교지도자와 성직자, 학자 등이 참가해 서로의 신앙과 전통을 이해하고 인류 공동의 문제에 대한 종교의 역할을 모색했다. 이 대회는 1893년 시카고 세계종교의회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국제 종교회의의 첫 출발이었다.
세계종교의회는 대화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서로 다른 종교의 청년들이 함께 봉사하는 종교청년봉사단(RYS)이 태동했다. 1986년 필리핀에서 열린 첫 봉사활동에는 세계 각국의 청년 120명이 참여했다. 이후 RYS는 학교와 공공시설 보수, 환경정비와 지역개발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며 세계 각국으로 확대됐다. 함께 땀 흘리며 종교의 벽을 허무는 실천이었다.
268개 경전에서 공통의 가치 찾다
종교 간 대화의 목적은 서로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상대를 적으로 여기지 않고 인류 공동의 문제 앞에서 협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대화와 공동연구는 ‘세계경전’ 편찬으로 이어졌다. 세계 각국의 종교학자와 종교지도자 40여 명이 참여해 268개의 경전과 55개의 구전 전통에서 뽑은 4000여 개의 구절을 주제별로 수록해 각 종교의 가르침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세계경전’은 모든 종교가 같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종교마다 신관과 인간관, 구원관과 의례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인간의 존엄과 사랑, 자비와 정의, 평화 등 인류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에 주목했다. 종교화합은 신앙을 뒤섞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공동의 선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