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 택시 기사용 애플리케이션(앱)을 겨냥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카카오T 기사 앱 운용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매크로 프로그램 판매책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과거 판결과 달리, 부산지법에서 진행된 유사 사건에서는 제작자에게 무죄가 선고됐고 대법원이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해당 판단이 유지됐다.
카카오T 매크로 프로그램을 둘러싼 사건에서 판단이 엇갈린 배경과 현행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의 적용 범위 등에 대한 논란도 이어진다.
◆같은 매크로인데…법원의 서로 다른 판단
7일 모빌리티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프로그램은 카카오T 기사 앱에 배분된 ‘콜 카드(승객의 출발지·목적지 등 호출 정보)’의 내용을 확인한 뒤, 기사가 미리 설정한 조건에 해당하면 외부 연결장치를 이용해 화면의 수락 버튼을 터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검찰은 카카오T의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시켜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혐의로 제작 업체를 기소했다.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프로그램이 휴대전화 화면에서 콜 정보를 확인하고 조건에 맞으면 외부 연결장치로 수락 버튼을 터치하는 방식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카카오T 시스템이나 데이터, 프로그램 등을 훼손·변경하거나 운용을 방해하는 악성프로그램이라고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콜 정보 송수신에 영향을 주지 않고 콜 수락 버튼을 빠르게 클릭하는 기능을 수행할 뿐이며, 서버 과부하나 현실적인 정보처리 장애가 발생했다는 객관적인 자료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심은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산지법 제3-3형사부는 지난 4월 프로그램이 ‘고객호출→기사들에게 콜 카드 배분→콜 수락→배정’으로 이어지는 카카오T 기사 앱의 작동 방식 운용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미 배분된 콜 카드의 내용을 읽고 설정된 조건에 해당하면 외부 연결장치로 수락 버튼을 터치하는 것은, 기사가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누르는 물리적 행위를 대신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봤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이 주장한 인공지능(AI) 기반 배차 시스템의 학습 왜곡에 관해서도 프로그램으로 인해 실제 배차 시스템에 어떤 왜곡이 발생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콜 카드가 동시에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 동안 순차적으로 발송되고 프로그램 사용자가 항상 먼저 콜을 수락하는 것도 아니며, 다른 기사들이 프로그램 때문에 콜 신호를 받지 못했거나 콜 수락을 할 수 없었다는 사정도 없다고 봤다.
대법원이 지난 3일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1심의 무죄 판단과 이를 유지한 항소심 결론이 확정됐다.
이번 판단은 유사 사건을 다뤘던 과거 판결과 결을 달리한다.
2023년 대구지법은 카카오택시 기사 앱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 프로그램을 유포하고 허위 정보가 서버에 전송되도록 해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시킨 혐의로 매크로 프로그램 판매책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같은 해 광주지법 목포지원도 공정한 콜 분배 기능과 부정 신호 차단 기능을 무력화해 앱 운용을 방해한 혐의의 매크로 판매책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매크로 콜 선점…공정성 논란 지속 전망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대법원 판단을 매크로 프로그램의 사용이나 제작이 합법적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 판결은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작동 방식과 제출된 증거를 토대로 형사책임이 성립하는지를 판단한 것이며, 외부 프로그램 사용의 합리성이나 정당성을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현행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는 현실적인 정보처리 장애나 시스템 운용 방해 등이 증명되어야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어서, 기술의 고도화로 시스템에 직접적인 장애를 일으키지 않고도 다른 이용자의 기회를 빼앗는 형태의 행위를 제재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카카오T 기사용 앱을 이용하는 기사보다 먼저 선호 콜을 확보할 수 있게 해 기사 간 형평성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도 지적했다. 기차표나 공연 티켓 예매, 게임 등 다른 분야에서도 매크로 프로그램을 둘러싼 문제가 이어지는 만큼 이번 판결이 형사처벌 범위를 둘러싼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반면에 매크로 프로그램 제작 업체 측은 이번 판결을 형사책임 문제와 플랫폼의 운영정책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업체 관계자는 “1심은 악성프로그램 해당 여부와 현실적인 정보처리 장애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항소심도 프로그램이 배차 단계가 아니라 수락 단계에서 작용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법원의 상고 기각으로 형사절차가 종결된 만큼 앞으로는 이 문제를 단순히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플랫폼 이용약관의 적정성, 제재 근거의 합리성, 목적과 수단의 비례성, 기사 간 형평성 그리고 운전 중 안전 문제라는 관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사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조치가 이뤄진다면 어떠한 행위가 문제됐는지, 어떠한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판단했는지, 제재 수준은 적정한지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소명하고 다툴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안정적인 플랫폼 운영 환경 유지를 위해 운영 정책을 지속 보완하고 약관에 따른 제재를 이어가겠다”며 “필요시 민사소송, 가처분 등의 추가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사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고소·고발을 포함한 법적 대응과 함께 관련 입법, 제도 개선 등 전방위 조치를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외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택시기사의 영구 정지·퇴출 정책을 담은 ‘삼진아웃제’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