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극단주의 정착민 청년 집단 ‘힐탑 유스’가 세력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성경을 근거로 서안지구를 자신들에게 약속된 땅이라고 주장하며 팔레스타인 주민을 몰아내는 행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스라엘 군경과도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활동하는 급진 시온주의자 청년 집단 ‘힐탑 유스’의 실태를 전하면서 이들을 “신의 이름으로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이스라엘의 폭력적인 방랑자들”이라고 묘사했다.
힐탑 유스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청년들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등 현대 문명을 거부하고 서안지구의 황무지에서 유목민처럼 생활하며 자신들을 ‘신성한 대의’의 수행자로 여긴다.
이들은 성경 ‘민수기’를 근거로 서안지구가 신이 자신들에게 약속한 이스라엘의 옛 영토라고 주장하며, 팔레스타인 주민을 상대로 한 폭력까지 정당화하고 있다.
이들의 공격 방식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집 앞을 가로막거나 침을 뱉고 차량 위에 올라타는 행위부터 농장의 양을 때려죽이는 등 물리적 폭력까지 다양하다. 공격할 때는 검은색 후드티와 복면을 착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통파 유대인 남성들이 허리에 두르는 흰색 술을 착용해 구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에는 불법 정착지인 하밧 길라드 인근에서 팔레스타인 주민과 총기를 빼앗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해 팔레스타인인 4명과 이스라엘군 예비역 1명, 현역 군인 1명이 숨졌다.
사건 직후 힐탑 유스 정착민들은 팔레스타인 마을로 몰려가 주택과 농지, 모스크 등에 불을 지르고 건물에 히브리어로 ‘복수’라는 글을 남겼다고 WSJ은 전했다.
힐탑 유스 관련 소식을 공유하는 SNS에는 7월 중순 이후 팔레스타인 마을 39곳에서 차량 47대와 건물 45채가 불에 탔고 아랍인 57명이 다쳤다는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달 13일에는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면서 “좋은 한 달이었다”는 글과 불꽃 모양 이모티콘을 함께 게시했다.
이스라엘 정부도 이들의 폭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폭력을 행사한 정착민들을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한 줌의 폭도들”이라고 규탄했다.
다만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당시 폭력 사건이 이스라엘을 악마화하기 위해 과장됐으며 팔레스타인 측의 공격은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응도 논란이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당시 힐탑 유스 등에 부과했던 제재를 해제했지만, 이후 정착민들의 폭력이 급증하면서 해당 조치가 다시 논쟁의 대상이 됐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이들 정착민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기도 했다.
힐탑 유스는 팔레스타인 주민뿐 아니라 이스라엘 군경과도 충돌하고 있다. 일부 청년들은 군경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난동을 부리는 등 공권력에도 저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국내 보안기관 신베트 장교 출신인 드비르 카리브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 이란 등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도 국내 극단주의자 집단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이 문제를 다루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비영리단체 ‘피스 나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안지구에는 수백 개의 불법 무단 점거지가 들어섰다. 상당수는 당국의 묵인 아래 만들어진 준공식 농장이지만, 일부는 군 당국이 발견하는 즉시 철거하는 무허가 기지다.
문제는 철거가 반복돼도 이들이 다시 기지를 세운다는 점이다.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철거된 뒤에도 다시 만들어지기를 반복해 철거 횟수가 100번에 이른 기지도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비당파 싱크탱크인 유대인정책연구소의 샘 하이드 연구원은 “힐탑 유스의 힘은 숫자가 아니라 그들의 신념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촌을 대표하는 예사 협의회의 이스라엘 간츠 회장은 “폭력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힐탑 유스와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WSJ은 이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이스라엘 정착촌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