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소재 ‘초전도 선재’… 한국전기연구원, 3D 검사 기술 세계 첫 개발

머리카락 굵기 수백분의 일 오차 감지
초전도 자석 파손 및 성능 저하 차단
자르지 않고 100m/h 속도로 연속 검사
2차전지·태양광 등 첨단소재 전반 파급

인공태양(핵융합 장치)이나 병원 MRI(자기공명영상) 장비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초전도 자석’의 파손을 막고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초정밀 검사 기술이 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7일 한국전기연구원(KERI)에 따르면 연구원 극저온기기연구센터 하홍수·박인성 박사팀이 종이보다 얇은 테이프 형태의 ‘고온초전도 선재’ 두께와 폭을 접촉 없이 3차원으로 정밀하게 연속 측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박인성(왼쪽)·하홍수 한국전기연구원 박사가 고온초전도 선재를 들고 3D 비접촉 초정밀 검사 장비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고온초전도 선재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저항이 ‘0’이 돼 전력 손실 없이 대용량 전류를 보내는 ‘꿈의 소재’다.

 

주로 두께 수십 마이크로미터(㎛, 1㎜의 1000분의 1), 폭 4~12㎜의 얇은 띠 모양을 띠고 있으며, 이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수백 번 촘촘하게 감아 강력한 초전도 자석을 만든다.

 

문제는 수백 겹을 감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두께 오차다.

 

선재 한 가닥의 두께 차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수백 번 쌓이면 두루마리 휴지가 삐뚤게 감기듯 자석 전체가 일그러진다.

 

이로 인해 특정 부위에 힘이 쏠려 자석이 깨지거나 자기장이 불안정해지는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해 왔다.

 

기존에는 이러한 미세 오차를 찾기 위해 값비싼 선재를 일일이 잘라 현미경으로 확인하거나 직접 센서를 대고 검사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소재가 손상되거나 표면에 흠집이 생기는 한계가 명확했다.

 

연구팀은 옛날 영사기처럼 선재를 감아 넘기는 ‘릴투릴(Reel-to-Reel)’ 이송 장치에 상하 대향형 색채 공초점 레이저 센서를 결합해 이 난제를 해결했다.

 

위아래로 설치된 센서가 잉크젯 프린터 헤드처럼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며 빛 반사가 강한 금속 표면까지 실시간으로 정확히 훑어내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선재가 시간당 100m 속도로 빠르게 이동하며 진동하는 환경에서도 초미세먼지보다 작은 ±1.5㎛ 이하의 오차 범위로 3차원 입체 형상을 정밀 측정해 낸다.

 

센서 이동 속도를 정밀 제어할 경우 머리카락 굵기의 수백 분의 일 수준인 0.2㎛ 이하의 반복 측정 정밀도까지 확보할 수 있다.

 

이번 기술은 초전도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차전지용 구리박·알루미늄박, 박막 태양전지, 정밀 전자 필름 등 얇고 긴 띠 형태로 생산되는 다양한 첨단소재 제조 공정에도 즉시 적용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측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 조건을 기계가 스스로 자동 조절하는 ‘스마트 품질관리’ 기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초전도 응용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IEEE Transactions on Applied Superconductivity’에 2024년부터 2026년에 걸쳐 3편의 논문으로 연이어 게재됐으며, 까다로운 미국 특허 등록(US 12,487,078)과 국내외 특허 출원까지 마쳐 독보적인 기술력을 입증했다.

 

하홍수 KERI 박사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오차가 수백 겹 쌓이면 거대한 초전도 자석 전체의 신뢰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이번 기술은 미세 오차를 생산 단계에서 조기에 찾아내 첨단소재의 품질을 스스로 관리하도록 돕는 스마트 제조 기술의 진정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