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의 제작을 맡아온 스즈키 도시오 스튜디오 지브리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이른바 ‘지브리풍’ 인공지능(AI) 이미지에 대해 “별로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다만 직접 AI를 사용해본 경험을 소개하며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창작자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분명히 하지 않으면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고 생성형 AI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 입장을 보였다.
스즈키 대표는 6일 게재된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오픈AI가 2025년 공개한 이미지 생성 기능을 이용해 '지브리풍'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한때 크게 유행했을 당시 다수의 취재 요청이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즈키 의장은 지브리풍 AI 그림에 대해 “어떤 종류의 애니메이션도 AI로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부 알아차린다”며 “별로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다”고 말했다.
지브리풍 이미지가 유행했을 당시를 두고는 “취재 요청이 쇄도했지만, 모두 금방 싫증 낼 것으로 생각해 일부러 응하지 않았다”며 “역시 그렇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가 AI가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단순히 작품의 겉모습을 흉내 내는 것과 창작자가 가진 의도와 표현을 이해해 결과물로 만드는 것은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스즈키 의장 역시 생성형 AI를 직접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I와 대화를 나누면서 “대화가 성립한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며 자신의 과거 작업과 발언이 인터넷에 많이 남아 있어 AI가 자신을 ‘지브리의 스즈키 씨’라고 빠르게 인식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자신의 과거를 전부 알고 있는 우수한 조수가 생긴 느낌”이라고 표현하며 “편하고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AI에 창작을 전부 맡기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직접 AI에 원고 작성을 시켜본 뒤에는 “이 사람에게 전부 맡기면 엉망이 된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며 “자신이 무엇을 쓰고 싶은지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AI가 지브리의 창작자를 그대로 따라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언급했다.
스즈키 의장은 미야자키 감독에 대해 “애초에 생성 AI를 모른다”며, 그의 창작 방식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많이 받아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야자키 감독의 표현 중에는 “AI나 컴퓨터그래픽으로는 재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다고 말했다. 2023년 개봉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특정 장면을 예로 들며 미야자키 감독 특유의 표현 방식을 강조했다.
AI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낙관론이나 비관론 모두를 경계했다. 스즈키 의장은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안이하다”면서도 “사고는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원인과 결과를 분명히 하면 다음에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AI의 발전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1985년 설립됐으며, 스즈키 의장은 설립에 참여한 뒤 1989년부터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전속으로 일했다. 이후 거의 모든 극장용 작품을 프로듀서로 맡아왔다.
이번 인터뷰에서 스즈키 의장이 강조한 것은 AI가 지브리풍 그림을 만들어내는 기술보다, 겉모습을 비슷하게 만드는 것만으로 지브리의 창작을 대신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