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막았더니 이번엔 유사니코틴”…청소년 보호 사각지대 논란

무(無)니코틴·유사니코틴 제품 유통 잇따라…6-메틸니코틴 등 신종 액상도 등장
온라인 판매·광고에 청소년 무방비 노출…“전자담배 포괄 관리체계 마련해야”

합성니코틴 제품을 담배로 규정한 법 개정 이후 무(無)니코틴과 유사니코틴을 내세운 전자담배 액상 제품이 잇따라 유통되면서 규제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니코틴과 분자구조가 비슷한 ‘6-메틸니코틴’ 등 충분한 유해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물질까지 등장하면서 청소년 접근과 안전관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전자담배 매장 앞에 액상형 등 전자담배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 합성니코틴 규제했더니…무니코틴·유사니코틴으로 ‘우회’

 

6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정부는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 확산과 청소년의 전자담배 접근을 막기 위해 지난해 12월 담배사업법을 개정·공포했다.

 

개정에 따라 합성니코틴 제품이 담배의 범위에 포함되면서 ▲제조·판매 관리 ▲온라인 판매 제한 ▲판촉 금지 등이 적용된다. 또 ▲유해성분 정기검사와 정보 공개 ▲경고 그림 및 문구 표시 ▲광고 금지 ▲부담금 및 개별소비세 등 관련 규제도 받게 됐다.

 

문제는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정의가 연초나 니코틴을 원료로 한 제품을 중심으로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니코틴이 들어 있지 않은 무니코틴이나 유사니코틴 액상 제품은 기존 규제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실제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과 온라인 사업자들이 규제 공백을 이용해 무니코틴이나 유사니코틴 액상 제품으로 판매 품목을 바꾸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제품은 담배 관련 광고 규제를 받지 않는 점을 이용해 ‘강한 타격감’, ‘강력한 시원함’ 등의 표현으로 니코틴 제품에 준하는 작용감을 강조하고 있다.

2월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위원들이 합성니코틴 사용 여부에 따른 액상형 전자담배를 비교하며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니코틴과 분자구조가 비슷한 유사니코틴 물질 가운데 6-메틸니코틴을 활용한 제품도 다수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메틸니코틴은 세포독성이 보고됐지만 국내외에서 충분한 유해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미검증 화학물질이다.

 

새로운 유사물질이 계속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니코틴과 유사한 신종 분자구조의 물질을 개발하기 쉬워져 변형된 물질이 반복적으로 유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무니코틴이라더니 니코틴 검출…청소년 접근도 ‘구멍’

 

시중 제품의 표시와 안전관리도 문제로 꼽힌다. 한국소비자원이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무니코틴 표시 액상 제품 12개를 조사한 결과, 7개(58.3%)에서 실제 니코틴이 검출됐다. 무니코틴으로 표시하고도 니코틴이 포함된 제품이 절반을 넘은 셈이다.

 

청소년 보호 장치 역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니코틴과 유사니코틴 액상은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 유해 물건으로 지정돼 있어 청소년에게 판매할 수 없고 관련 표시도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전자담배 액상 15개 제품 가운데 5개는 청소년 판매금지 표시가 전혀 없었고, 9개는 표시 방법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주요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등을 통해 성인인증 없이 제품 후기나 판매 품목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 정부 유해성 평가 착수…“전자담배 포괄 관리체계 필요”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6월 2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무니코틴을 표방하는 액상형 흡입제품에 대한 주의사항과 대응 방향을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메틸니코틴의 유해성 평가를 올해 안에 완료하고 새로운 유사니코틴 물질의 출현에 대비한 연구도 진행할 방침이다. 재정경제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도 유사니코틴 제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규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입법처는 2026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부처별로 흩어진 대응을 넘어 관계부처 간 총괄적인 컨트롤타워를 구축할 필요가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캐나다와 영국, 유럽연합(EU)처럼 제품의 성분과 관계없이 전자담배를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담배사업법 개정 전이라도 국민건강증진법을 통한 광고와 자판기 규제를 강화하고, 흡입형 유사 제품에 대한 전면적인 유해성 평가와 성분 공개 제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