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사업장 94%’가 사각지대…인권위, 노동부에 직장 성희롱 예방교육 실효성 개선 권고

성희롱 예방교육의 사각지대로 꼽히던 민간부문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고용노동부에 관련 제도 보완을 권고하고 나섰다.

 

인권위는 지난달 26일 이와 같은 내용의 권고를 노동부 장관에게 전했다고 7일 밝혔다. 정부는 앞서 1999년 성희롱 예방교육을 모든 사업장에서 의무화했다. 사업주는 이에 따라 매년 1회 이상 사업주와 모든 근로자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다만 민간부문, 특히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공공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민간부문의 경우 관리의 법적 근거와 감독 체계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교육 참여율이 낮은 경향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은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 또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모두 같은 성별인 사업장에서는 자료의 게시·배포만으로 교육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 전체 민간 사업장의 약 94.3%에 달하는데, 해당 사업장들이 모두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하지만 인권위는 “동성 간 성희롱도 발생할 수 있고, 자료 게시∙배포만으론 유의미한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권위가 2023년 발표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실태와 실효성 증진 방안 연구’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희롱 예방교육을 강사의 강의 또는 시청각 자료로 진행했다는 응답은 71.3%였지만, 직원 조회나 회의에서 간략히 언급했다는 응답이 14.8%, 팸플릿 등 자료를 배포해 개인적으로 보게 했다는 응답도 13.9%나 나왔다.

 

강의나 시청각 자료로 교육받은 응답자의 53%는 비대면 교육을 받았는데, 비대면 교육 만족도는 대면 교육보다 낮았고, 관련해 주된 불만 사유로는 ‘교육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보험·금융·상조회사 상품 홍보와 교육을 병행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러한 경우 교육 시간이 1시간 미만으로 진행될 경우가 많고, 내용과 방식도 부실할 가능성이 높다. 인권위는 “예방교육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도록 명확한 규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에 인권위는 상시 근로자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성희롱 예방교육 지원사업 확대, 교육 미실시 사업장 현황 관련 정기 실태조사 실시 등 관련 제도 개선 마련을 권고했다. 또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또는 같은 성별의 사업주 및 근로자로 이뤄진 사업장에 대해선 교육자료나 홍보물 게시로 교육을 대체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자는 안도 덧붙였다. 전문성 갖춘 강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 지정, 관련 제도 정비 등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인권위는 “노동부가 업종과 사업장 특성, 교육 대상의 역할을 반영한 사례·참여 중심의 맞춤형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보급하고, 민간사업장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와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권고를 계기로 민간부문에서도 사업장 규모나 업종에 관계없이 전문적이고 내실있는 예방교육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