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피터팬 아빠’

‘피터팬 아빠’ 전경철씨는 정신 연령이 2세인 1급 중증 장애(자폐) 아들(27)을 20여년간 홀로 키워왔다. 지난해 4월 아들과 뇌경색을 앓는 어머니를 돌보던 중 간암 말기 진단과 함께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1년 넘게 아들의 보금자리를 찾아 나섰다. 자신이 떠나면 세상에 홀로 남겨질 아들을 걱정해서다. 전국 시설 1000여 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아들을 받아주는 시설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심지어 입소했다가 퇴소당하기도 했다.

아빠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부터 아들의 보호 시설을 찾는 여정을 인터넷에 연재하는 작가로 변신했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자폐아들의 거처를 찾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이 점점 알려지고, 지난 3월 MBC ‘실화탐사대’에 소개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응원 댓글과 자발적 후원이 줄을 이었고, 이때부터 ‘피터팬 아빠’로 불리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도움으로 아들은 충북의 한 중증 발달장애인 공동체 마을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올린 글 등을 모아 지난 6월 출간한 에세이 ‘안녕, 피터팬’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아들을 ‘피터팬’이라고 불렀다. 정신 연령이 두 살에 멈춘 아들이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네버랜드’ 속 피터팬의 모습과 닮아서란다.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 아들에게 “희미하게 기억나는 남자가 있다. 나보다 나이가 아주 많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늙어버린 남자가 있는데, 나를 바라보면 많이 따뜻했고 맛있는 걸 많이 차려주던 사람이 있었다. 기억이 희미해 누군지는 모르겠다. 떠올리면 문득 그립기는 하다. 이 정도로 기억하면 좋겠다”는 ‘작별 인사’를 남겨 시청자들을 울렸다.

전씨는 의료진이 예상한 시간보다 약 1년을 더 살았다. 자기 아들이 ‘목숨줄을 붙잡는 존재’라고 했다. 그는 인세와 후원금 4억여원을 모아 중증 발달장애인 돌봄 공동체 ‘네버랜드’를 세우려고 안간힘을 썼다. 지난달 25일 재단 설립추진위원회가 출범했는데, 그토록 바라던 재단 설립까진 보지 못하고 그제 눈을 감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발달장애인들이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