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호르무즈 기여 검토’에… 백악관 “자원 투입 기다리고 있다”

靑 언급에 美 재차 압박

“韓 중동산 원유 수입국” 강조
구체적 병력·자산배치 미언급
美국방부도 동맹국 참여 촉구
韓 파병 여부 국제사회 주목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호르무즈해협에서 한국 정부의 자원 투입을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가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실질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뒤 나온 미국 측 반응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6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군사적 기여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은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 가운데 하나”라며 “우리는 한국이 역내(중동지역)에 자원을 투입하기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밝혔다. 백악관은 기여의 종류나 규모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 국방부(전쟁부)도 구체적인 병력이나 자산 배치 문제와 관련해 한국 등 동맹국들의 적극적인 참여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언론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호르무즈해협의 항행의 자유를 지원하기를 기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잠재적인 병력이나 자산 배치에 관해서는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4일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실질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군사적 기여도 포함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해외 파병을 검토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한반도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 내에서는 운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이 언급한 ‘자원’의 구체적인 의미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지원하기 위한 함정 등 군사자산 투입을 비롯해 기뢰 제거, 선박 호송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은 트럼프 1기 당시인 2020년에도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되고 미국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소말리아 인근 해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약 300명 규모의 청해부대 대(對)해적 작전부대의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해협까지 확대했던 전례가 있다.

청와대 본관과 대정원. 연합뉴스

이날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도 CNN, 폭스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해협에서 원유 수송을 지원하는 미군 활동이 필수적이라면서 군사 자산 지원 등 다른 국가들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고 있는데, 물론 이를 위해선 미군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를 내다보면, 다른 국가들도 와서 이 노력에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무역은 중요하다”며 “이것이 미국만의 책임이어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이날 라이트 장관의 언급은 한국을 특정한 발언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이란전과 관련해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특히 한국을 콕 집어 거론하며 “우리는 그들을 돕지만 우리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들은 ‘괜찮다’고 했다”며 “그들이 당신을 위해 나서려 하지 않는다면 바보처럼 계속 그들을 도와줄 수는 없다. 그런 것은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파병 규탄 시위 사회대전환연대회의 등 시민단체가 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재명정부의 한국군 호르무즈 파병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국방부에 지시했다는 글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한국이 이란전에서 미국을 돕지 않았다는 언급을 했다. 이어 몇 주간 공개 발언이나 인터뷰 등에서 꾸준히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을 돕지 않았다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기여 방안을 찾겠다고 밝힌 만큼 이는 다른 동맹국들도 주시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기여를 선제적으로 밝히는 것이 다른 동맹국들에게도 비슷한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례로서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