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물총놀이를 한다는데, 저는 그때 훈련 때문에 조퇴해야 했어요.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들이 뛰어놀던 순간에도 보드를 선택했던 12세 소녀는 7년의 시간을 지나 어느덧 19세 성인이 됐다. 2018년 태극마크를 처음 달며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로 성장한 조현주는 19일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바라보며 다시 보드 위에 선다.
7일 세계일보와 만난 조현주는 자신의 가장 큰 변화를 ‘선수로서의 성장’으로 꼽았다. 올림픽 무대에 도전하고 부상도 겪으며 선수로서 숱한 무대를 거쳤지만, 그는 “언제나 보드를 탈 때만큼은 즐거웠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선수 생활은 일찍부터 또래와 다른 선택을 요구했다. 평범한 학교생활을 뒤로하고 훈련에 매달려야 하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조현주는 당시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영화 ‘스파이더맨’을 예로 든 그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기에 그 길을 택했고, 그 과정에서 또래보다 일찍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고 돌아봤다. “포기한 것보다 얻은 것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23년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파크 결선에 나선 조현주는 두 번째 런까지 3위에 올라 메달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마지막 세 번째 런에서 넘어지면서 4위로 밀려 동메달을 놓쳤다. 그는 “그때는 아쉬움이 컸지만, 그 경험을 통해 다음에는 확실하게 이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훈련에 임했다”고 회고했다.
항저우 폐막식에서 들은 “실패했다고 해서 그곳이 세상의 끝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도 가슴속에 오래 남았다. 조현주는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배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실패한 원인을 스스로 분석하고 어떻게 해야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을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실패를 반복하더라도 언젠가는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쉽게 낙담하지 않는 단단함도 생겼다. “예전에는 코치님이나 부모님께서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부분이 많았다면, 지금은 제가 가진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보드 기술적인 부분뿐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저만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트릭인 ‘킥플립 바디자(Kickflip Bodyjar)’도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는 기술이다. 여자 선수 가운데 구사하는 선수를 거의 보지 못했을 정도로 난도가 높다. 지난해 선발전을 준비하면서 1년 만에 다시 꺼내 든 기술로, 최근에는 다양한 파크와 여러 각도의 트랜지션에서 연습하고 있다. 이번 나고야에서 꼭 보여주고 싶은 기술 중 하나다.
조현주가 추구하는 것은 기술만이 아니다.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표정과 분위기에도 자신만의 색깔을 담고 싶어 한다. 지난 6월 로마 세계선수권에서는 경기를 본 이들로부터 “긴장해서 굳은 모습이 아니라 대회 자체를 웃으며 즐기는 모습은 처음 봤다”는 말을 들었다고. 그는 “좋은 퍼포먼스와 밝은 표정으로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스케이트보드는 조현주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DNA 같은 존재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드와 함께했고, 보드를 탈 때 가장 즐겁고 자신다운 모습을 느낀다. 그는 “저만의 강점을 가진, 스타일이 좋고 밝으며 꾸준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제가 타는 모습을 보면서 시원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시안게임과의 인연도 순탄치 않았다. 12살이던 2018년에는 나이 제한에 걸려 자카르타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고, 5년 뒤 항저우에서 처음 종합대회 무대를 밟았다. 두 번째 아시안게임을 앞둔 조현주에게 나고야는 한층 달라진 자신을 증명할 무대다. 그는 “이미 큰 무대를 준비하고 치러본 만큼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조금 더 여유로운 저만의 스케이팅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인이 된 지금 종합대회에서 첫 메달을 따게 된다면,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순간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