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조원 이상 규모로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기금)에 농어촌기본소득 사업이 포함돼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생산적 지출’에 3∼4년 집중 투자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기금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 시범사업인 만큼 기금이 아닌 일반회계 사업에 담아 국회 심사를 통해 사업 규모와 증액 필요성을 판단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기획예산처 등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된 미래대응기금 사업에 포함된 총 세부사업 수는 140개다. 미래대응기금은 내년 예상되는 추가세수(162조3000억원)와 이달 발표되는 올해 초과세수를 주요 재원으로 한다. 정부는 이 중 45조5000억원을 내년에 사업비로 쓰겠다고 밝혔는데, 농어촌기본소득 사업이 1조1657억원 규모로 포함됐다.
이 사업은 지난해 본예산 당시에는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에 2341억원 정도 담겼는데,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지출 경로를 미래대응기금으로 옮기면서 규모가 약 5배 늘었다. 사업 규모가 확대된 건 시범사업 대상지역을 올해 17곳에서 내년 35곳까지 늘리고, 보조율을 올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농어촌기본소득 사업이 미래대응기금 신설 취지 및 재원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획처에 따르면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재원으로 하는 만큼 일반·특별회계로 대응하기 힘든 생산적 지출에 활용하기 위해 신설됐다. 4조7000억원 규모의 프런티어급 인공지능(AI) 개발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복지 지출 같은 경우에는 영구적으로 지출해야 되기 때문에 이런 사업은 일반회계에서 재원을 마련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면서 “미래대응기금은 아마 3년, 4년의 시계를 가지고 프로젝트를 편성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사업에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농어촌기본소득 사업은 지속적으로 재원이 들어가는 복지사업에 가깝다. 또 반도체 초호황에 따라 신설돼 반도체 경기에 따라 언제든 소진될 수 있는 기금에 농어촌기본소득 사업을 담는 건 회계 운영원리와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지역 소멸이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지출액이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농어촌기본소득 사업이 인구감소지역 69곳으로 확대될 경우 연간 4조9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 미래대응기금에 편성된 다른 농어촌 관련 세부사업을 봐도 복지 성격 사업은 찾기 힘들다. 기금 내 농어촌경쟁력강화 사업을 보면 스마트풀필먼트센터 구축, 농업 피지컬AX(인공지능 전환) 실증 프로젝트 등 생산성을 제고하는 ‘마중물’ 사업이 주로 포함됐다.
농어촌기본소득 사업이 기금에 최종 편성될 경우 정부 재량이 커지는 점도 문제다. 기금 역시 국회 심의·의결을 거치지만 예산과 달리 기금운용계획을 일정 범위에서 정부가 변경할 수 있다. 이 기금은 금융성 기금으로 분류돼 정부가 주요항목 지출액의 30%를 국회 변경안 제출 없이 늘릴 수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이 사업은 ‘기본’이 붙은 만큼 정부 이전 지출이며, 항구적 복지 지출의 전형적인 케이스다. 신축적 대응이 요구되는 기금 성격의 사업이 아니다”면서 “미래대응기금은 일시적 재원으로 향후 언제든 소진될 수 있으므로, 이 사업을 하려면 기금이 아니라 세금을 통해 일반회계로 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이 사업은 고소득층에도 현금을 준다는 ‘역진성’ 우려도 있다”면서 “1조원대로 확대되는 만큼 시범사업 기간 효과나 편익 검증 등 성과평가를 충분히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