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구역이라 조사 거부”… 국정자원 화재는 ‘인재(人災)’였다

대응·복구실태 감사 결과

무등록업체에 배터리 작업 위탁
재난예방·초동조치 총체적 부실

지난해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는 불법 재하도급과 허술한 안전관리, 부실한 초동대응이 겹쳐 빚어진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전기공사업 무등록 업체가 배터리 재배치 작업에 투입됐고, 국정자원은 외부 인력의 자격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화재 전 소방당국의 안전조사도 보안구역이라는 이유로 거부했고, 불이 난 뒤에는 매뉴얼상 초동조치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7일 이 같은 내용의 ‘국정자원 화재 경위 및 대응·복구 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정자원과 배터리 재배치 공사를 계약한 A사는 B사에 하도급했고, B사는 다시 전기공사업 무등록 업체 2곳에 재하도급했다. 국정자원은 외부인력 투입 보고를 받고도 소속과 등록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작업계획서 작성과 감리업체 검토 여부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2025년 9월 30일 오전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4일차 합동감식이 시작된 가운데, 합동감식반이 화재 현장에서 반출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운반하고 있다. 뉴스1

감사원은 무등록 업체 등이 제조사 협조 없이 배터리를 이전·설치하면서 배터리 랙 전원을 모두 차단하지 않았고 케이블 단말 절연 처리도 제대로 하지 않아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사전 예방조치에도 문제가 있었다. 소방청은 2024년 4월 국정자원 전산실 등에 대한 화재안전조사를 결정했지만 국정자원 소속 과장이 보안구역이라는 이유로 조사 거부를 지시했다.

화재 발생 뒤에도 국정자원은 내부 보고와 119 신고만 했을 뿐 전원 차단과 방수포 전달 등 매뉴얼상 초동조치를 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의 재해복구시스템 구축도 미흡했다.

국정자원 정보시스템 709개 가운데 재해복구시스템이 구축된 곳은 54개로 7.6%에 불과했다. 국정자원이 추산한 직접 피해액은 597억원이었지만 감사원이 한국행정학회에 의뢰해 사회적 비용까지 포함해 산정한 피해 규모는 3511억원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