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혼인 혜택 확대 속 비혼·무자녀 ‘복지 소외감’

정부, 2027년 현금성 지원 강화

특고·프리랜서 月50만원 육아수당
혼인신고 신혼부부에 총 100만원
인구감소지역 양육비 3028만원 ↑

고용보험료율 1.8%→2.0% 인상
“미혼가구는 정책 소외돼” 지적도

내년부터 출산·혼인 시 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금이 대폭 늘어난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가 양육·출산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원은 받고 있어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있는 한편, 비혼·비출산 국민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공존한다.

 

7일 사회부처 정부 예산안을 보면 고용노동부는 내년부터 자영업자, 특수고용직(특고), 프리랜서 등을 대상으로 월 50만원씩 석 달을 지원하는 육아수당 사업을 시행한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도 육아휴직급여와 같은 수당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노동부는 구체 요건을 수립 중이다. 신청 시점에 일을 하고 있지 않아도 프리랜서나 1인 자영업자로 소득이 잡힌 기록이 있을 시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시행 시기는 내년 6월로 계획했다.

 

지난 4월 22일 경기 고양시 CHA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뉴시스

보건복지부 주관 사업인 양육지원급여도 대폭 개편된다.

 

기존 첫만남이용권·아동수당·부모급여가 ‘아이맞이지원금’과 ‘아동기본수당’으로 확대 개편되는데 이대로면 양육기간 받는 총 지원금이 크게 증가한다. 수도권에서 거주한다고 가정했을 때 첫째 아동이 12세가 될 때까지 지원받는 금액은 현재보다 1280만원 늘어난다. 수도권이 아닌 인구감소 지역에 거주할 경우에는 지금보다 3028만원을 더 받는다. 

 

성평등가족부는 ‘혼인지원금’을 신설했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으로, 혼인신고를 하는 부부에게 연령이나 소득과 무관하게 1인당 50만원씩 총 100만원을 직접 지원한다. 지원 기존 일몰된 혼인세액공제 대신 현금 지급으로 정책 체감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미혼·무자녀 상태인 일부 노동자들은 안 그래도 사내 복지 혜택이 기혼·출산 노동자들에게 쏠려 있는데 정부 정책까지 쏠림현상이 심하다고 토로한다. 

 

제조 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30대 A씨는 “출산 축하금에 더해 자녀 학자금 지원 등 사내 복지도 유자녀 직원들한테만 유리해 불만이 컸다”며 “저출생이 국가적 과제인 건 알지만 미혼이라는 이유로 복지정책에서 크게 소외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20대 B씨도 “최근 단기 육아휴직 제도(8월20일 시행)도 생기면서 육아 관련 제도는 더 강화되는 것 같은데 1인 가구나 자녀가 없는 직원들이 쓸 수 있는 정책은 제자리걸음”이라며 “미혼 직원이 누릴 수 있는 정책과 형평성을 따져보면 좋겠다”고 했다.

 

모성보호육아지원 사업 지출액이 늘어 내년부터 고용보험료율이 오르는 것도 향후 비판 소지가 있다.

내년부터 출산·혼인 시 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금이 대폭 늘어나는 한편, 비혼·비출산 국민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공존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노동부는 노동자 0.9%, 사용자 0.9%씩 총 1.8% 내던 고용보험료율을 내년부터 0.1%포인트씩 올려 2.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육아휴직급여가 실업급여 계정에서 빠져나가는데 기금 사정이 좋지 않아서다. 무자녀 직원 입장에서는 육아지원을 나라에서 받지 않는데 보험료율만 인상되는 셈이다. 

 

이에 사각지대에 놓인 프리랜서 등을 대상으로 육아수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대기업 정규직이 받을 수 있는 육아지원 정책이 나날이 좋아져서 프리랜서나 특고 등과의 격차가 벌어진 상황”이라며 “정책 효과성을 떠나 필요성은 분명 있다”고 말했다.

 

현금성 지원이 적절하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이 연구원은 “혼인지원금 50만원을 준다고 해서 결혼 생각이 없던 사람이 결혼하고, 출산까지 이어질지 회의적”이라며 “차라리 소득 기준으로 차등 지원을 해 진짜 필요한 계층에게 자금을 투입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