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 심화와 미국 관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원자재비 상승 등이 겹친 복합 위기에 맞서 생산구조 전반을 재설계하며 원가 절감에 나섰다. 부품과 플랫폼을 공용화하고 차종·공장·인력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며 가격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7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일본 혼다는 2030년까지 1조5000억엔(약 13조원)을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협력업체에 대폭적인 비용 절감을 요구했다. 혼다는 최근 주요 협력사와의 회의에서 3대 핵심 분야인 프레스·단조 부품과 전장 부품,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관련 부품의 비용을 30% 줄이는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까지 매출원가율을 기존 계획보다 3%포인트 낮추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원가 절감 목표를 세운 것은 매출이 늘어도 수익이 그만큼 늘지 않는 어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9% 증가한 49조2150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20.8% 감소한 2조8510억원에 그쳤다. 미국의 관세와 원자재 가격, 판매 관련 비용 등이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또 차량 전장화가 진행될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인포테인먼트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자율주행 기능이 고도화하면서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양이 늘어 생산 원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완성차업체들이 대대적인 원가구조 개편에 나선 데는 자동차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지역별로 예상과 다른 흐름을 보이면서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를 동시에 개발·생산해야 하는 데다 SDV와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에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이중부담을 안고 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배터리와 핵심 부품을 내재화한 공급망과 짧은 개발 주기를 앞세워 가격 경쟁력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중국에서 판‘매된 순수전기차의 약 70%는 보조금을 제외하고도 중국 시장에서 판매된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가격이 낮았다. 중국의 배터리팩 가격은 북미보다 30%, 유럽보다 35%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차가 싼 것은 단순히 가격을 낮게 책정하거나 정부 보조금을 받기 때문이 아니라 개발부터 부품 조달, 생산까지 전 과정에서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기존 완성차업체들은 늘어난 비용을 판매가격에 전가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이를 자체적으로 떠안으면 수익성과 미래차 투자 여력이 떨어지는 진퇴양난 상황에 봉착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공급업체의 부품 가격을 낮추는 것이 원가 절감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부품 공용화와 차종 축소, 공장·인력 감축, 개발기간 단축 등 구조적인 혁신을 통해 자동차를 만드는 방식을 바꾸는 단계”라며 “품질과 미래차 투자 역량을 유지하면서 복잡성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