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떨어지자 서학개미 분주… 삼전닉스 실적전망은 하향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원화강세가 이어지면서 미국 주식투자가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반면 반도체 대표 수출업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는 내려가는 모습이다. 다시 가상자산이 반등하고 있지만스테이블코인에만 고객들이 몰리면서 가상자산거래소들의 수수료 0원 경쟁이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도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1년 반 새 41조원 폭증했다.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9.9원 내린 1340.5원으로 장을 마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308.18포인트(4.61%) 오른 6995.39로 장을 마쳤다. 뉴시스

◆내려가는 환율...서학개미는 ‘방긋’·삼전닉스 실적전망은 ‘하락’

 

환율 하락세가 가팔라지자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투자는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4·5월 양도세 감면 혜택 등으로 국내 증시에 유입됐던 개인 투자자는 6월(6억3300만달러)부터 순매수로 돌아섰다. 7월과 8월에도 각각 46억4240만달러, 19억6230만달러를 사들였다. 

 

이 같은 움직임에 증권업계에선 ‘미장 마케팅’ 눈치 싸움을 하는 분위기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위협하자 올해 3월까지 각 증권사에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와 광고를 중단하도록 했다. 당시 고환율의 원인으로 서학개미의 해외투자 급증이 주범으로 꼽히면서 당국이 칼을 꺼내 든 것이다. 시장 상황과 업계 자정 노력 등을 고려해 재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환율이 안정세를 탔음에도 별다른 지침 변화는 없다. 이에 증권사들도 선뜻 해외주식 관련 이벤트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증시 거래량이 줄면서 증권업계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는 건 알고 있다”며 “환율과 상관없이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무분별한 광고·이벤트를 하지 말라는 것이지 정상적인 영업 행위를 금지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에서 별다른 지침이 없으니 업계에선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거냐는 말이 나온다”며 “특히 대형사보다는 고객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 후발업체들의 속앓이가 더 깊다”고 전했다.

 

환율 하락은 반도체 대표 수출업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 3일 씨티그룹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45만원에서 43만원으로, SK하이닉스는 31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낮췄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지난 4일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07조원으로 전망하고 SK하이닉스는 기존보다 9조원 낮춘 77조원으로 예상했다. 씨티도 3분기 실적 전망치를 낮춰 삼성전자는 104조1000억원(기존 115조5000억원), SK하이닉스는 74조원(기존 76조7000억원)으로 조정했다. 노무라는 “원화 가치가 10% 상승하면 영업이익이 약 12% 감소하는 단기 실적 부담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해외에서 달러화로 벌어들인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자동차, 방산 등 수출기업 수익성에 불리하다. 국내 증권사들은 두 회사의 목표주가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환율 하락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황은 견조하지만, 환율 하락으로 인해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추정치 상향이 일부 상쇄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수수료 0원’ 경쟁 의미있나?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잇달아 수수료 무료화를 내세워 이용자 확보에 나섰으나, 실제 투자자 유입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시적으로 늘어난 거래대금이 대부분 가격 변동성이 없는 스테이블코인에 쏠리며 고객 확대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7일 가상자산 정보 제공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코빗은 지난달 24일 수수료 무료 이벤트 개시 이후 11일간 총거래대금이 9924만달러로 직전 11일 3438만달러 대비 188.6% 급증했다. 코인원 역시 지난달 26일 수수료 무료화 후 9일간 총거래대금(4억2363만달러)이 직전 9일보다 85.8% 늘어났다.

 

거래대금은 늘었지만 증가분 대부분은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되도록 설계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이다. 웹3 전문 리서치업체 타이거리서치 집계 결과, 코빗 거래대금 중 스테이블코인 비중은 무료화 이전 11일간 평균 46.9%에서 이후 11일간 71.2%로 뛰었다. 특히 무료화 첫날부터 5일 연속으로 스테이블코인 비중이 전체 거래의 90%를 웃돌았다. 코인원도 무료화 전날 51.8% 수준이던 스테이블코인 비중이 무료화 직후 63.3%로 오르고 이후 9일간 평균 53.4%를 기록했다.

 

국내는 원화로 가상자산을 매매하는 ‘원화 마켓’ 중심의 구조를 띠고 있어 스테이블코인으로 다른 자산을 사는 수요가 적다. 이에 따라 늘어난 스테이블코인 거래 상당수는 투자 목적이 아닌 차익거래나 해외 지갑 이동을 위한 단순 환전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3주간(8월12일~9월3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이 거래대금의 과반을 차지한 곳도 코빗과 코인원뿐이었다. 코빗은 이 기간 총거래대금 1조5200억원 중 스테이블코인이 1조3100억원으로 86.0%를 차지했다. 코인원은 전체 2조3200억원 중 스테이블코인이 1조2600억원으로 54.4%였다. 반면 업비트는 37조1000억원 중 3조9700억원(10.7%), 빗썸은 20조2000억원 중 2조8400억원(14.0%)에 그쳤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XRP) 위주로 거래가 이뤄졌다.

 

◆정부 가계대출 옥죄기에도...대출 규모 가파르게 증가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도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규모가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보험계약대출이나 자동차담보대출 등 제2금융권으로 취약차주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2024년 말 734조1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775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1년6개월 사이 41조원 불어났다.

 

은행별로는 농협은행이 137조6000억원에서 148조6000억원으로 11조원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신한은행(7조8000억원), 국민·우리은행(각각 7조6000억원), 하나은행(7조원) 순으로 대출이 늘었다. 전체 국내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1월 1조5000억원 감소하며 주춤했으나 4월 1조9000억원, 5월 5조5000억원, 6월 5조9000억원 늘며 다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상품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4월 2조5000억원, 5월 1조8000억원, 6월 2조6000억원 늘었고, 신용대출은 4월 7000억원 감소한 뒤 5월 3조1000억원, 6월 2조8000억원 증가했다.

 

시중은행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보험업권으로 대출 수요가 넘어가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보험업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 3927억원 줄었으나 5월 8813억원, 6월 1조639억원 증가로 반등한 데 이어 7월에도 7172억원 늘었다. 특히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보험계약대출이 5월부터 7월까지 석 달 동안 2조4647억원 급증하며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다.

 

차량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자동차담보대출 역시 빠르게 늘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저축은행과 캐피털사가 취급한 자동차담보대출은 31만6722건, 4조687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취급액(6조5509억원)의 70%를 넘어선 수치이자, 2020년(1조5607억원)과 2021년(1조8322억원) 연간 취급액을 모두 더한 것보다 많은 규모다.

 

자동차담보대출은 신용도가 낮거나 기존 대출이 있어도 상대적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금리가 연 6~19%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금리인상기에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이 급증해 가계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