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KBO 등록생일이 음력이라 이미 역대 최연소 40홈런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갑론을박도 있었다. 음력 생일 기준으로도 어쨌든 이제는 역대 최연소 40홈런 달성은 무산됐다. 그래도 괜찮다. 이미 김도영은 역대급 5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으니.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14일 소집)을 앞두고 김도영이 주중-주말 6경기를 치른다. 이제 관심은 40홈런을 때리고 나고야로 향하는지에 쏠린다.
‘슈퍼스타’ 김도영은 지난 6일 광주 KT전에서 4타수 4안타 1볼넷 3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KIA의 8-3 승리를 이끌었다. KT와의 주말 3연전을 모두 쓸어담은 KIA는 3위 탈환도 눈앞에 두고 있다.
4안타를 때렸는데도 김도영 팬들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안타 4개 중에 홈런은 없었기 때문이다. 6일 KT전은 김도영이 역대 최연소 40홈런 달성을 위한 최종일이었다.
KBO리그 역대 최연소 40홈런은 ‘라이언킹’이라 불리는, 홈런에 관한한 KBO리그 역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승엽 요미우리 자이언츠 코치가 보유하고 있다. 1995년 고졸 신인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승엽은 5년차 시즌이었던 1999년 7월 23일 대전 한화전에서 40홈런 고지를 밟았다. 당시 이승엽의 나이는 22세 11개월 5일이었다. 그해 이승엽은 54홈런을 터뜨리며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50홈런의 시대를 열어젖혔다.
광주 동성고를 졸업하고 2022 신인 드래프트에서 KIA의 1차 지명을 받은 김도영도 올 시즌이 프로 5년차다. 2024시즌에 38홈런-40도루를 기록하며 MVP를 수상하며 KBO리그를 평정했으나 지난해 햄스트링 부상만 세 차례 당하며 30경기만 뛰고 시즌아웃됐던 김도영은 올 시즌엔 도루는 자제하고 장타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도루를 봉인하고 홈런에 집중하는 ‘건강한 김도영’은 역시 역대급 재능이었다. 시즌 내내 홈런왕 레이스를 주도한 김도영은 지난달 26일 롯데전에서 시즌 39호포를 쏘아올리며 40홈런 달성을 눈앞에 뒀다. 김도영의 40홈런이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이승엽의 27년 전 기록을 깰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도영이 역대 최연소 40홈런을 때릴 수 없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이승엽은 1995년 삼성 입단 당시 자신의 생년월일을 양력 생일인 1976년 10월11일이 아닌 음력 생일인 1976년 8월18일로 등록했다. 당시만 해도 최고령이나 최연소 기록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김도영의 생일은 2003년 10월2일. 이승엽이 실제로 태어난 날짜라 김도영보다 뒤이니 김도영의 역대 최연소 40홈런은 이미 성립 불가능한 명제가 되어버린 게 아니냐는 얘기였다. 결국 KBO는 고심 끝에 입단 당시 등록 생일을 기록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공표했고, 덕분에 김도영의 최연소 기록 도전은 ‘공식적’으로 승인됐으나 결국 기록 달성엔 실패했다. 39호포를 때려낸 이후 6경기에서 홈런포가 침묵했기 때문. 김도영이 8일 NC전에 홈런을 때려 40개를 채운다고 해도 22세 11개월 6일이 되어 하루 차이로 이승엽의 기록을 깰 수 없게 됐다.
김도영도 사람이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의식이 된 모양이다. 6일 경기를 마친 뒤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엔 아직 견딜 힘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역대 최연소 40홈런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 달성은 실패했지만, 김도영은 MVP를 수상했던 2024시즌보다 더 무서운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22세 시즌에 40홈런을 때린 건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 이승엽만이 개척한 영역이었으나 이제 김도영이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게다가 아직 깰 기록이 남아있다. KIA는 전신인 해태 시절을 포함해 팀 역사상 한 시즌 최다 홈런이 1999년 트레이스 샌더스의 40홈런이다. 김도영은 홈런 하나만 때려내면 샌더스와 타이를 이루고, 2개를 때려내면 광주 프랜차이즈 역사상 한 시즌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게다다 생애 첫 홈런왕도 있다. 2024시즌에 김도영은 MVP를 수상했지만, 홈런에서는 38개를 때려내 홈런왕 타이틀은 46홈런을 쳤던 맷 데이비슨(현 키움, 당시 NC)에게 내줬다.
현재 홈런 2위인 오스틴(LG, 36홈런)과의 격차는 3개. 아시안게임 출전이 최대 변수다. 14일부터 대표팀에 차출돼 2주 가량 KBO리그에서 뛸 수 없는 김도영으로선 차출 전 남은 6경기에서 최대한 홈런포를 몰아쳐놓아야만 홈런왕 등극이 가능하다.
과연 역대 최연소 40홈런 신기록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역사에 길이 남을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도영이 팀 역사상 최다 홈런 신기록과 더불어 생애 첫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까. 홈런왕 타이틀을 따낸다면 생애 두 번째 정규리그 MVP 트로피도 그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