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욕하다 쓰러져 이까지 깨졌다”…서정희·이상순이 겪은 ‘미주신경 실신’ [내 몸의 경고등]

서정희 50년간 반복 실신 고백…이상순도 ‘미주신경 이상’ 활동 중단
혈압·맥박 급락해 뇌 혈류 감소…어지럼증 등 전조시 즉시 누워야 안전
운동 중 쓰러지거나 가슴 통증 동반 땐 치명적…‘심장성 실신’ 감별 필수

“반신욕하다 쓰러져 이까지 깨졌어요.”

 

방송인 서정희(왼쪽)와 가수 이상순. 서정희 SNS·안테나 제공

방송인 서정희가 50년간 원인을 몰랐던 반복적 실신의 정체가 ‘미주신경 기능 저하’였다고 밝혔다. 앞서 가수 겸 기타리스트 이상순도 같은 진단으로 라디오 진행을 중단하면서, 두 사람의 사례가 낯선 병명을 대중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서정희는 7일 자신의 SNS에 “이름을 알기까지 50년, 내 몸에는 50년 동안 이름이 없었다”는 글을 올렸다. 중학교 시절엔 빈혈로 등굣길에 자주 쓰러졌고, 성장한 뒤에는 빈혈이 없었는데도 1년에 한두 차례씩 원인 모를 실신을 반복했다고 했다.

 

쓰러지는 순간에는 1~2분가량 기억이 끊기고, 눈을 뜨면 바닥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50년간 이어졌다고 전했다. 어느 날은 반신욕 중 쓰러져 이가 깨진 적도 있다고 했다.

 

원인을 알아낸 건 딸 서동주였다. 증상이 나타나는 상황과 전조증상을 함께 살피며 자료를 찾아본 끝에 ‘미주신경 기능 저하’라는 이름을 찾아냈다.

 

서정희는 이상순의 사연을 다룬 기사를 전달받고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눈앞이 흐려지면 걷지 않는다. 땀이 쏟아지면 멈춘다. 구토가 올라오고 몸에 힘이 빠지면 무조건 눕는다”고, 스스로 정한 대응 원칙을 전했다.

 

이상순은 지난 6일 갑작스러운 컨디션 저하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소속사 안테나는 같은 날 “미주신경 기능 저하로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료진 소견에 따라 라디오 진행을 잠시 쉬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순도 SNS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건강을 회복해 돌아가겠다”고 적었다.

 

두 사람이 언급한 ‘미주신경 기능 저하’를 곧바로 혈관미주신경성 실신과 같은 진단으로 볼 수는 없다. 서정희 역시 의료기관에서 해당 진단을 공식적으로 확진받았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월 10만명당 23.89명…연구모델로 추산한 발생 규모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실신의 원인 중 가장 흔한 유형으로 꼽힌다.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 JKMS에 실린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6년 1월~2020년 6월 청구자료를 시계열 모형으로 분석해, 2021년 월평균 발생률을 인구 10만명당 23.89명(95% 신뢰구간 19.81~27.98명)으로 예측했다.

 

이 수치는 현재 매달 실제로 확진되는 환자 수를 뜻하지 않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과 자연 발생 질환을 구분하기 위해 과거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예측치다.

 

진단명을 의무기록으로 일일이 확인한 것이 아니라 질병코드를 기준으로 집계한 만큼 실제보다 과대평가됐을 가능성도 있다. 연구진 역시 이를 한계로 짚었다.

 

◆미주신경 약해서 아냐…자율신경 반사가 원인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고 심박수가 느려지면서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줄면 의식을 잃는다. 장시간 서 있거나 더운 곳에 머무는 상황, 통증·긴장·탈수 등이 방아쇠가 된다.

 

미주신경 자체가 약해서 생기는 병이라기보다 탈수나 긴장, 통증 같은 자극에 자율신경계가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혈압과 심박수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에 가깝다.

 

실신 전에는 몸이 먼저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속이 메스껍거나 식은땀이 나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눈앞이 흐려지거나 귀가 먹먹해지고 온몸에 힘이 빠질 수 있다.

 

◆눈앞 흐려지면 버티지 말고 즉시 눕는다

 

전조증상이 왔을 때 가장 피해야 할 행동은 계속 서서 버티는 것이다. 의식을 잃으면 그대로 넘어지며 머리나 얼굴을 다칠 수 있다.

 

증상을 느낀 즉시 안전한 곳에 눕는 게 우선이고, 다리를 올리면 뇌 혈류 회복에 도움이 된다. 눕기 어렵다면 앉아서 머리를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전조증상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신체 역압 동작’도 활용할 수 있다.

 

유럽심장학회(ESC)는 다리를 꼬며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에 힘을 주거나, 손을 꽉 쥐고 팔 근육을 긴장시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큰 근육을 수축시키면 혈압이 빠르게 올라 실신을 피하거나 안전하게 눕거나 앉을 시간을 벌 수 있다.

 

◆심장성 실신과는 구별해야

 

모든 실신을 미주신경 문제로 돌려선 안 된다. 기립성 저혈압부터 부정맥, 각종 심장질환까지 실신의 원인은 다양하다. 특히 심장 때문에 생기는 실신은 위험한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어 구별이 중요하다.

 

운동 중 쓰러졌거나, 의식을 잃기 직전 심한 두근거림이 있었거나, 전조증상 없이 갑자기 쓰러진 경우는 심장성 실신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어지럼증·식은땀·시야 흐림 등 전조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느껴지면 즉시 안전한 곳에 눕고 다리를 올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ChatGPT 생성 이미지

누운 상태에서 실신했거나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 젊은 나이의 돌연사 가족력이 있다면 심장성 실신을 의심해야 한다. 가슴 통증·호흡곤란·불규칙한 두근거림을 동반한 실신, 또는 처음 겪었거나 양상이 달라진 반복 실신도 병원에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주변 사람이 의식을 잃었다면 반응과 호흡부터 확인한다. 곧바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거나 호흡이 정상이 아니면 119에 신고하고, 호흡이 없다면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