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까지 2만원 순삭이네.”
점심 한 끼에 1만원 안팎을 쓰는 일이 더는 낯설지 않다. 서울 삼성동 권역에서는 모바일 식권으로 결제한 평균 점심값이 1만5000원에 달한다. 여기에 커피 한 잔 값까지 더하면 점심시간에만 2만원 가까이 빠져나간다.
비싸진 점심값에 도시락을 챙기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29CM에서 지난달 1~26일 ‘보냉 도시락가방’ 검색량은 1년 전보다 656% 급증했다. 마켓컬리에서도 같은 달 1~24일 도시락 카테고리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약 30% 늘었다. 도시락 용품 검색과 완제품 판매가 함께 늘었다.
도시락을 준비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아침마다 여러 반찬을 새로 만들기보다 전날 남은 밥과 반찬을 그대로 챙기거나, 데우기만 하면 되는 냉동 도시락을 택하는 식이다. 점심값은 아끼면서 준비 시간까지 줄이는 ‘초간편 도시락’이 새로운 선택지로 떠올랐다.
◆검색량 656%·판매량 30%↑…도시락 찾는 직장인들
도시락 수요는 관련 용품 검색에서 먼저 드러난다.
29CM에 따르면 지난달 1~26일 ‘보냉 도시락가방’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6% 늘었다. 같은 기간 ‘도시락 보냉백’ 검색량은 전월 대비 50%, ‘도시락 수저세트’는 75%, ‘보온 도시락’은 69% 증가했다.
도시락을 직접 싸기 어려운 소비자들은 완제품으로 눈을 돌린다. 마켓컬리의 지난달 1~24일 도시락 카테고리 판매량은 1년 전보다 약 30% 늘었다. 덮밥과 볶음밥, 오므라이스 등 7000원 이하 전자레인지 조리 상품이 인기 제품으로 꼽혔다.
두 플랫폼의 한 달 안팎 데이터만으로 직장인 전체의 소비 변화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도시락 용품 검색과 완제품 판매가 함께 늘었다는 점은 도시락 수요 확산을 보여주는 신호다.
◆8년 새 58%↑…1만5000원까지 오른 점심값
도시락에 다시 눈을 돌리게 만든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점심값이다.
NHN페이코가 집계한 모바일 식권 결제 데이터를 보면 2025년 상반기 평균 점심 지출액은 9500원이었다. 2017년 6000원에서 8년 만에 약 58% 오른 수준이다.
업무지역별 격차도 컸다. 평균 점심값이 가장 비싼 곳은 삼성동으로 1만5000원이었다. 강남 1만4000원, 여의도·서초 각 1만3000원, 마곡·판교 각 1만2000원, 송파·종로 각 1만1000원, 가산·구로 각 1만원, 강동·동대문 각 9000원 순이었다. 강남, 송파, 종로, 가산, 구로 등에서는 전년보다 평균 식비가 1000원씩 올랐다.
이 수치는 페이코 모바일 식권을 사용하는 사업장의 결제 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전체 직장인의 평균 점심값이라기보다 주요 오피스 상권의 식비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다. NHN페이코도 특정 상권이나 업종에 표본이 편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냉털’하고 데워 먹고…간편해진 도시락
점심값이 오르며 도시락을 준비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반찬을 여러 가지 새로 만들어 채우기보다 냉장고에 남은 밥과 반찬, 식재료를 활용하는 이른바 ‘냉털’ 방식이 대표적이다. 전날 저녁을 준비하며 다음 날 점심까지 함께 챙기거나, 주말에 식재료를 미리 손질해 나눠두는 경우도 있다.
직접 요리할 시간이 부족하면 냉동 도시락이나 간편식으로 빈자리를 채운다. 밥과 반찬이 함께 들어 있어 전자레인지에 몇 분만 데우면 한 끼가 해결된다.
핵심은 돈과 시간이다. 외식보다 점심 비용을 낮추면서 매일 도시락을 준비하는 번거로움도 줄이려는 것이다.
외식비 부담은 여전하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 올랐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3.5%, 전체 소비자물가는 3.1% 상승했다.
점심은 매일 반복되는 지출이다. 한 끼에 1000원씩만 더 써도 한 달 근무일을 20일로 잡으면 지출이 2만원 늘어난다. 작아 보이는 외식비 인상도 한 달, 1년 단위로 쌓이면 부담이 커진다.
도시락은 단순한 절약 수단을 넘어 직장인의 점심 풍경을 바꾸고 있다. 구내식당과 편의점, 냉동 간편식에 이어 직접 챙긴 도시락까지 점심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