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그대론데 뭐가 기적의 약이야”… 우울·불안장애 위험까지 높았다 [수민이가 궁금해요]

GLP-1 비만치료제 안전성 분석

위고비 사용자 우울장애 위험 3.42배
불안장애 2.39배·위장관 운동장애 3.91배
삭센다도 정신건강 위험 증가 신호
감정적 식사 땐 체중 감량 효과 제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체중 감량 목적으로 사용한 사람에게서 우울·불안 등의 정신건강 문제와 위장관 이상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위고비의 주요 성분 ‘세마글루타이드’가 모두에게 동일한 체중 감량 효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성분은 본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로 최근 큰 주목을 받아왔다.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체중 감량 목적으로 사용한 사람에게서 우울·불안 등의 정신건강 문제가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위해 AI(인공지능)을 사용하여 제작한 사진. Chat GPT 생성

◆위고비 맞은 사람 살펴보니…“우울장애 위험 3.4배”

 

8일 국제학술지 ‘당뇨병·비만과 대사’(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 최신호에 따르면 성균관대 약대 신주영 교수와 아주대 의대 박래웅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내 13개 병원의 전자의무기록을 이용해 체중 감량 목적으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을 사용한 성인의 안전성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 대상 약물은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와 삭센다의 주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다.

 

자료는 2018년 3월부터 2025년 9월까지 국내 2·3차 의료기관의 전자의무 기록이 쓰였다. 세마글루타이드의 경우 국내 출시 시점이 늦은 점을 고려해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5개 병원의 자료만 사용했다.

 

분석은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자 2357명과 비사용자 2만2601명, 리라글루타이드 사용자 6953명과 비사용자 6만8001명을 각각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약사가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결과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자는 비사용자보다 전체 정신질환 발생 위험이 2.02배 높았다. 세부적으로 불안장애 위험은 2.39배, 우울장애 위험은 3.42배였다.

 

위와 장의 움직임이 떨어지거나 막히는 ‘위장관 운동장애·폐색’ 위험도 3.91배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결과가 특정 분석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지를 보기 위해 비만 관련 기준을 충족한 사람만 따로 분석하고, 다른 비만치료제 사용의 영향을 배제하거나 세마글루타이드를 두 차례 이상 처방받은 사람으로 제한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재분석했다. 이런 분석에서도 정신질환과 불안·우울장애, 위장관 운동장애·폐색의 위험 증가 경향은 유지됐다.

 

삭센다도 마찬가지로 정신건강과 관련한 비슷한 신호가 관찰됐다.

 

리라글루타이드 사용자는 비사용자보다 전체 정신질환 위험 1.66배, 불안장애 위험 1.68배, 우울장애 위험 1.51배로 각각 추산됐다. 췌장·담도질환 위험은 1.33배, 췌장염·담관염·담석증을 묶어 분석한 위험은 1.40배였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정신건강 문제다.

 

그동안 GLP-1 계열 비만치료제와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의 연관성을 두고 연구 결과가 엇갈려왔다.

 

일부 실제 진료자료를 이용한 관찰연구에서는 정신질환 위험 증가가 나타났지만, 무작위 임상시험에서는 위약과 비교해 정신과적 이상 반응이 증가한다는 뚜렷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위고비의 주요 성분 ‘세마글루타이드’가 모두에게 동일한 체중 감량 효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고비 홈페이지 캡처

◆“체중 그대론데 뭐가 기적의 약이냐”

 

위고비 이름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기적의 다이어트 약’ 성분 세마글루타이드가 모두에게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본 교토대학교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감정적 식사(emotional eating)’ 습관을 가진 사람은 체중 감량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감정적 식사란 실제 배고픔이 아닌 스트레스, 슬픔, 불안 등 감정적 허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찾는 행동을 말한다.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와 같은 GLP-1 수용체 작용제 치료를 시작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 92명을 1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음식이 맛있어 보인다는 시각적 자극에 따라 과식하는 ‘외적 식사(external eating)’ 경향이 강한 사람들은 약물치료 후 체중과 혈당 수치 모두에서 개선 효과를 보였다.

 

반면 스트레스 성 폭식을 한 참가자들은 체중 감량을 달성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치료 초기 3개월간은 폭식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지만 1년이 되는 시점에는 다시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야베 다이스케 교토대 교수는 “GLP-1 약물은 외부 자극으로 과식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감정적 식사가 주된 원인인 경우엔 기대효과가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