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의 배송 경쟁이 ‘며칠 걸리느냐’에서 ‘몇 시까지 주문할 수 있느냐’로 옮겨붙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익일배송을 넘어 당일배송 영역을 넓히는 가운데 CJ온스타일이 주문 마감시간을 오후까지 늦추며 승부수를 던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은 인천 풀필먼트센터 가동에 맞춰 수도권 당일배송 서비스 ‘오늘도착’의 주문 마감시간을 기존 정오에서 오후 3시로 3시간 연장했다. 서울을 비롯해 수원·분당·고양 등 수도권이 대상이다.
배송 속도 자체보다 눈에 띄는 것은 주문을 받는 시간이다. 소비자가 점심시간을 넘겨 상품을 골라도 당일 받아볼 수 있도록 주문 가능 시간을 오후까지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의 ‘오늘배송’은 오전 0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주문한 상품의 당일 도착을 보장한다. 오전 11시 이후 주문 상품은 ‘내일배송’ 등으로 넘어간다.
11번가도 빠른 배송 서비스 ‘슈팅배송’을 통해 수도권에서 낮 12시 전 주문한 상품을 당일 배송하고 있다. 자정 전 주문하면 전국에서 익일배송을 받을 수 있고 주말을 포함해 주 7일 운영한다. 별도 월 회비나 최소 주문금액 조건도 없다.
CJ온스타일이 내세우는 차별점도 이 부분이다. 도심 곳곳의 소형 물류센터(MFC)를 활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형 풀필먼트센터에서 상품 입고부터 보관, 피킹, 포장, 출고까지 전 과정을 처리하면서 오후 3시까지 당일배송 주문을 받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이를 ‘종합몰 최초’라고 설명했다.
배송 시간을 늦출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물류센터 확장이 있다.
CJ온스타일은 기존 경기 군포 물류거점을 인천으로 확장 이전했다. 올해 상반기 센터 물동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하면서 기존 물류 시설만으로 늘어나는 상품과 배송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새 인천 풀필먼트센터는 기존 군포센터의 2배 규모다. 약 100만개의 상품을 동시에 보관할 수 있다. 물류 처리 능력이 커지면서 ‘오늘도착’ 대상 상품 수도 군포센터 운영 당시보다 약 67% 늘었다.
센터 위치도 계산됐다. 인천항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상품을 물류센터로 옮기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입고부터 출고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파일럿 운영 과정에서는 오후 3시쯤 주문한 상품이 같은 날 오후 7시께 도착한 사례도 나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CJ온스타일은 기존 광주 허브와 인천 풀필먼트센터를 양대 물류 거점으로 운영하면서 상품 특성에 따라 출고 경로를 나눌 계획이다.
빠른 배송에 힘을 싣는 곳은 CJ온스타일뿐만이 아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기존 ‘네이버도착보장’을 ‘네이버배송’으로 재편하면서 배송 서비스를 오늘배송·내일배송·일요배송·희망일배송 등으로 세분화했다. 특히 오전 11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도착하는 ‘오늘배송’을 도입하며 배송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1번가 역시 ‘슈팅배송’을 핵심 물류 서비스로 키우고 있다. 수도권에서 낮 12시 전 주문하면 당일 받아볼 수 있고 자정까지 주문하면 전국 익일배송이 가능하다. 상품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뿐 아니라 판매자가 11번가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하면 보관·포장·배송·재고관리 등을 대신하는 풀필먼트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G마켓도 ‘스타배송’을 통해 약속한 날짜에 상품이 도착하는 도착보장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실제 상품 페이지에는 주문 시점을 기준으로 도착보장 날짜가 표시되고 배송이 지연되면 기준에 따라 보상하는 구조를 적용하고 있다.
배송 경쟁의 기준이 과거 ‘익일배송 가능 여부’에서 당일배송 주문을 얼마나 늦게까지 받을 수 있느냐로 세분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패션·뷰티·생활용품처럼 직접 상품을 확인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비중이 높은 품목에서는 배송시간 단축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오전에 주문해야 당일 받을 수 있었던 서비스를 오후까지 열어두면 충동구매나 방송·라이브커머스 직후 발생하는 주문까지 당일배송으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쟁은 ‘가격이 얼마나 싼가’를 넘어 ‘사고 싶은 순간 얼마나 빨리 받을 수 있는가’로 번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물류센터 규모와 위치, 재고 확보 능력에 따라 소비자가 주문할 수 있는 시간이 달라지면서 배송 마감시간 자체가 플랫폼 경쟁력을 가르는 새로운 숫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