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개표소(핸드볼경기장) 봉쇄 시위가 95일째 이어지는 송파구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이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 단체들 직원들이 8일 오전 9시 20분께 경찰이 길을 터주는 가운데 시위대 봉쇄를 뚫고 개표소로 들어섰다.
형광색 조끼에 마스크를 쓴 직원들 표정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들은 회색 박스를 들고 수레를 끌며 각자 사무실로 뛰어 들어갔다.
물품 챙기기에 집중한 나머지 사무실에는 박스 테이프를 뜯는 '북북' 소리와 가쁜 숨소리만 들리기도 했다.
직원들은 "5분 안에 마무리하자", "박스 옮기는 것 좀 같이하자", "서류 이거 무거워서 어떻게 다 들고 가냐" 등 발언을 하며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다.
진입 이후 약 30분이 지나자 '댄스스포츠', '우슈', '핀수영협회' 등 종목명이 적힌 박스가 출입 게이트 앞에 한껏 쌓였다.
투표용지가 보관된 장소에는 폴리스 라인이 쳐졌다. 경찰관이 지키고 있는 가운데 사람 키를 넘는 높이로 폴리스 라인 4개가 나란히 설치됐다.
진입 이후 약 45분이 지난 오전 10시 5분께 직원들은 미리 쌓아둔 박스를 수레에 실어 개표소 밖으로 반출했다.
경찰은 박스를 트럭으로 옮기기 위해 인간 띠로 길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바리케이드와 경찰 인간 띠에 가로막힌 시위 참가자의 항의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빠져나오는 박스를 보고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누가 아느냐", "왜 다들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느냐"고 외치며 항의했다.
특히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현장에 도착하자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구호가 커졌다.
일부 직원들은 트럭에 남은 물품을 반출하려 했지만, 장 대표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출입문 근처에서 대기해야 했다.
이들은 각자 품에 노트북 모니터를 하나씩 안고 있거나 손에 박스테이프를 걸고 서류 봉투 등을 들고 있었다.
현장 직원이 이들에게 트럭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소리 외에는 적막만 흘렀다.
장 대표의 발언 직후 직원들이 트럭에 전부 짐을 실은 오전 10시 30분께가 되자 총 1시간 10분가량의 개표소 내 물품 반출 작업이 마무리됐다.
대한체육회 김대년 사무총장은 이날 반출 작업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15개 넘는 체육단체들이 핸드볼 경기장 내에 입주해있는데, (봉쇄돼있던) 90일 동안 행정 장비, 선수 지원 장비, 서류 등이 묶여 있어서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아시안게임이 목전에 있는 만큼 부득이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고, 적극 협조해주신 경찰 당국과 응원을 보내준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대한수중핀수영협회 함세희 사무처장도 "오늘 시민분들과 경찰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최소한의 업무 수행을 할 수 있는 컴퓨터 본체나 노트북, 기타 서류들을 반출할 수 있어서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어떤 장비를 반출했느냐'는 질문에는 "컴퓨터 하드, 노트북, 기타 필요 서류, 인감 등 업무에 필요한 서류들을 반출했다"며 "극히 최소한의 업무 수행에 필요한 것들을 반출했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경찰은 이날 현장 질서 유지를 위해 28개 기동대와 대화경찰, 형사 등 약 1천830여명의 경력을 투입했다.
이날 폭행이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거나 조사를 받은 시위 참가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은 "경기장 입주단체의 출입 과정에서 이를 방해하거나 경찰, 공무원 등에 대한 폭행, 명예훼손 등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