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장기전세주택의 20년 만기 퇴거에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선 8일 제도 도입 이후 첫 만기를 앞두고 거주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일부 입주민을 향해 “비양심적인 억지”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장기전세주택, 서울의 주거사다리 희망토크’에서 “(거주 기간 만기 이후에도) 더 살고 싶다는 분들이 계셔서 시끌시끌한 상황”이라며 “이는 비양심적인 억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만기 후 퇴거에)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전세주택 입주를 기다리는 분이 많고 이들도 서울 시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다만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그는 “고령이면서 거동이 불편한 경우처럼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있으면 매입임대주택이나 비아파트 주택으로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경우도 극도로 제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장기전세주택에서 내 집 마련에 성공했거나 준비 중인 입주민·퇴거자 13명과 주거·부동산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서울시는 이들로부터 거주 경험과 내 집 마련 사례, 제도 개선 의견을 들었다.
장기전세주택은 2007년 서울시가 도입해 지금까지 3만8296가구가 공급됐다. 지난 5월 말 기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보유한 공공임대주택의 12%를 차지한다.
서울시는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이 저축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올해 장기전세주택의 평균 보증금은 2억9300만원으로, 지난달 KB부동산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 7억1178만원의 약 41% 수준이다.
현재 거주 세대의 평균 거주기간은 약 10년이다. 2022년 SH 패널조사에서는 입주 가구의 69.9%가 매월 평균 62만5000원을 저축했고 83.7%가 청약통장을 갖고 있었다.
제도 도입 이후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퇴거한 가구는 이달 기준 1만5529가구로 누적 공급량의 34%다.
이 가운데 82.4%는 자가 구입이나 민간 전세 이동 등을 위해 계약자가 먼저 요청해 나갔다. 이들이 장기전세주택에 머문 기간은 평균 7년6개월이었다.
구로구 장기전세주택 입주민 김모씨는 “저렴한 보증금으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기에 조금씩이라도 저축해 내 집을 장만할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갈등의 무대는 내년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초기 입주 단지들이다.
강일리버파크와 고덕리엔파크, 송파파인타운 등의 입주민들은 보증금을 시세의 80% 수준까지 올린 재계약을 허용하거나, 20년을 채운 거주자에게 감정가 기준의 분양전환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입주 뒤 20년 가까이 흐르는 동안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오른 데다 고령층에 접어든 주민도 있어, 기존 보증금만으로는 생활권 안에서 새 주거지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와 SH는 계약서를 근거로 든다. 논란이 된 단지의 입주자 모집공고와 임대차계약서에 분양전환 조항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법제처도 장기전세주택은 임대의무기간이 끝나기 전에 조기 분양전환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반면 서울시는 최장 20년 거주와 분양전환 불가가 2007년 최초 입주자 모집공고부터 명시된 제도의 기본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가운데 여론은 서울시 의견에 가깝다. 서울시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0∼19일 서울시민 1000명에게 물은 ‘장기전세주택 시민인식조사’에서는 20년 만기 거주자의 퇴거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3.9%였다.
퇴거에 찬성한 이유를 물은 문항에서는 ‘계약대로 원칙을 지켜야 해서’가 37.2%, ‘공공임대의 본래 목적이 영구 거주가 아니라 자립 지원에 있어서’가 37.1%로 갈렸다.
현행 최장 거주기간인 20년에 대해서는 53.2%가 적정하다고 답했다. 거주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응답은 25.7%, 연장해야 한다는 응답은 18.5%였다.
한편 서울시는 내년 310가구를 시작으로 2028년 682가구, 2029년 1747가구, 2030년 2452가구, 2031년 4170가구 등 만기가 돌아오는 약 9300가구를 순차적으로 반환받아 다시 공급할 계획이다.
돌려받은 집은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미리내집과 장기전세주택으로 쓴다.
미리내집은 2007년 도입된 장기전세주택(SHift)을 신혼부부의 주거 수요에 맞춰 발전시킨 사업으로, 자녀 출산 등 요건을 채우면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오 시장은 “장기전세주택은 주거 걱정을 덜고 자산을 모아 내 집 마련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라며 “내 집을 마련해 비워진 주택이 다음 무주택 시민의 기회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