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권 내부 사정에 정통한 세예드 모하마드 마란디 테헤란대 교수가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에 강하게 반발하며, 파병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군은 물론 중동 내 한국 자산까지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란디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전쟁이 더욱 격화될 텐데, 트럼프는 한국군 장병들을 총알받이로 내몰려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이란 정권 측 인사가 한국 언론에 이 같은 의사를 직접 밝힌 것은 처음이다.
마란디 교수는 8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비전투 목적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란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말한다고 해서 이란이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군이 파병되는 순간 이는 이란에 대한 적대행위로 간주될 것이며,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주도 작전에 참여하지 않고 한국군이 별도의 지휘체계 아래 비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방안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군이 미국과 별도로 작전한다고 해서 이란이 이를 미국의 군사작전과 구분해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 해군이 온다고 해서 이란이 한국 군함에만 대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란을 비롯한 중동 역내의 한국 민간 건물과 자산들도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병 전력뿐 아니라 한국 민간 자산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또 “이란인들은 한국을 매우 좋은 국가로 인식해왔고, 지금도 그렇다”면서 파병이 이뤄질 경우 양국 관계가 크게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치 일정을 거론하기도 했다. 다음달 27일 이스라엘 총선, 11월3일 미국 중간선거가 ‘네타냐후·트럼프의 패배’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적어도 지금은 (파병 결정을)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마란디 교수의 주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이 다시 격화하는 가운데 나와 더욱 주목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최근 요르단의 캠프 티틴과 프린스 하산 공군기지를 공격해 미군과 항공기에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이란 전쟁으로 숨진 미군은 18명, 부상자는 757명이다. 마란디 교수는 “이란 전역의 지하에는 미사일 기지가 구축돼 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규모 공격을 가했지만 이란의 군사력을 무너뜨리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주장하는 전쟁 명분에 대한 비난도 이어갔다. 그는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려 한다고 주장하며 전쟁을 시작했지만, 이제 그 주장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미국이 처음 내세웠던 명분과 지금 전쟁을 계속하는 이유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라”고 말했다. 미국이 내세우는 전쟁 목표가 고농축 우라늄 제거에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으로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군사적 압박에 이어 강화된 경제제재도 이란을 굴복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구축된 이란의 ‘저항경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란디 교수는 미국과 이란 핵합의(JCPOA) 복원 협상이 한창이던 에브라힘 라이시 행정부(2021∼2024년)에서 이란 핵협상 대표단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그의 아버지 알리레자 마란디는 이란 보건장관과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며,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의료 자문역도 맡았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이란 지도부의 시각을 대외적으로 전달하는 대표적인 인사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