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드라마로 틔우고, 새 시즌 웹툰으로 띄운다

요즘 콘텐츠 흥행 공식

일방적 영상화 넘어 콘텐츠 확장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대표적
방송 방영 맞춰 웹툰 새 시즌 연재

외전·프리퀄로 서사 추가하거나
선 드라마, 후 웹툰 제작하기도
독자·시청자 유입… 유료화 유도

웹툰·웹소설과 드라마의 관계가 달라지고 있다. 원작을 영상으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드라마 방영에 맞춰 새 시즌과 외전, 프리퀄을 내놓거나 드라마에서 출발한 새로운 이야기를 다시 웹툰·웹소설로 확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나의 지식재산권(IP)을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키우며 팬덤을 붙잡는 전략이다.

8일 방송가에 따르면 최근 웹툰·웹소설과 드라마의 결합 방식은 단순한 영상화를 넘어 서로의 서사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드라마가 원작의 독자를 끌어오고, 원작은 다시 드라마에서 다루지 못한 이야기를 보태며 각자의 팬덤을 넓히는 구조다.

21세기 대군부인, 판사 이한영,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왼쪽부터).

대표적인 사례는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웹소설과 웹툰으로 독자층을 확보한 이 작품은 드라마 공개에 맞춰 지난달 29일 네이버웹툰에서 시즌 3 연재를 시작했다. 드라마는 10일 티빙에서 선공개된 뒤 14일부터 tvN에서 방송된다. 로또 1등에 당첨된 뒤에도 퇴사 대신 출근을 택한 직장인의 이야기에 새 시즌을 더해 드라마로 유입된 시청자와 기존 독자를 함께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드라마 방영 시점에 맞춰 잠시 멈췄던 원작 연재를 다시 시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새 회차가 꾸준히 공급되는 만큼 드라마의 홍보 효과가 단기적인 원작 역주행에 그치지 않고 장기 구독과 유료 결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외전과 프리퀄을 통해 본편에서 다루지 못한 서사를 채우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방영된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드라마 방송 이후 네이버웹툰은 총 10화 분량의 외전을 연재했다. 외전은 본편에서 직장 내 ‘꼰대’로 비친 김 부장의 신입사원 시절을 다뤘다. 드라마가 인물을 대중적으로 알리면 웹툰은 그 인물의 과거와 내면을 덧붙이는 식이다. 드라마 첫 방송 후 2주간 원작 웹툰 조회 수는 티저 공개 전 2주와 비교해 30배 이상 늘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도 본편 공개 이후 외전 웹툰 ‘경성크리처 외전: 지지 않는 꽃’을 선보였다. 외전은 드라마의 주 무대인 경성이 아닌 만월도를 배경으로 새로운 인물의 이야기를 다뤘다. 원작 내용을 되풀이하기보다 영상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않은 공간과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세계관을 넓혔다.

반대로 드라마가 출발점이 돼 웹툰·웹소설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웹소설 ‘21세기 대군부인 인(in) 왕립학교’를 드라마 종영 무렵인 5월16일 공개했다. 본편을 그대로 소설로 옮긴 것이 아니라 드라마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과거를 30화 분량의 프리퀄로 풀어냈다.

드라마 흥행이 완결된 원작을 다시 불러내는 효과도 뚜렷하다. SBS ‘판사 이한영’은 드라마 첫 방송 후 2주간 원작 웹소설 다운로드 수가 티저 공개 전 2주보다 147배 증가했다. 동명 웹툰 조회 수도 같은 기간 20배 이상 늘었다. tvN ‘스프링 피버’ 역시 드라마 공개 뒤 2주간 원작 웹툰 조회 수가 방영 전보다 10배 증가했다.

이 같은 확장은 방송사와 제작사, 웹툰·웹소설 플랫폼 모두에 이익을 안긴다. 방송사와 제작사는 기존 팬덤을 활용해 초기 화제성과 시청자층을 확보할 수 있고, 플랫폼과 창작자는 드라마를 대규모 홍보 창구로 삼아 완결작의 조회 수와 다운로드, 유료 결제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소비자의 선택지도 넓어진다. 드라마 시청자는 원작을 통해 생략된 설정과 인물의 내면, 다른 결말을 확인할 수 있고, 원작 독자는 외전과 프리퀄에서 기존에 없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같은 세계관을 웹툰·웹소설과 영상으로 넘나들며 소비하는 셈이다.

임희윤 대중문화평론가는 콘텐츠 소비층이 취향에 따라 특정 작품을 깊이 파고드는 이른바 ‘덕질’ 문화가 강해지면서 IP 확장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 평론가는 “웹툰·웹소설·드라마 모두 충성도 높은 팬층이 형성되면 제작사 입장에서는 해당 IP에서 다양한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며 “세계관의 깊이를 더해 팬덤의 지속력과 소비를 확장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다만 무분별한 확장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품의 핵심 매력과 기존 세계관에서 지나치게 멀어지면 팬들의 이탈과 불만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IP 확장은 원작이 가진 본질적 매력과 세계관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변주를 주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드라마는 편당 제작비가 크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반복하기에 부담이 있지만, 웹툰과 웹소설은 비교적 다양한 이야기를 시도하고 반응을 살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