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란성 쌍둥이도 지문은 다르다?…손끝에 담긴 뜻밖의 사실들

지문 가진 코알라, 비문 가진 강아지…동물들의 신분증
분말·용액·접착제…범죄 현장 속 지문 채취의 과학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지문을 보여주는 남성. 게티이미지뱅크

 

임신 13주차, 태아의 손가락 마디 사이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지도가 그려지기 시작한다. 바로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조차 서로 다른 ‘지문’이다. 지문은 물체를 잡고 감각을 느끼는 생체 기관이자 범죄 현장의 결정적 단서로 활용된다. 손끝에 새겨진 자연의 정교한 설계, 지문에 담긴 과학적 원리를 살펴봤다. 

 

고리형, 소용돌이형, 아치형 모양의 지문 예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 쌍둥이도 흉내 낼 수 없는 손끝의 신비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지문이 일치할 확률은 약 640억분의 1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유전 정보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조차 각기 다른 지문을 지니고 태어난다. 사람의 지문 형태는 크게 고리형(Loop), 소용돌이형(Whorl), 아치형(Arch)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이는 주로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이에 따라 일란성 쌍둥이의 지문 무늬의 종류는 같을 수 있으나 미세한 세부 지문까지는 각각 다르다. 

 

이는 유전적 요인 외에도 지문 형성에 관여하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자궁 속이라 해도 수정란의 착상 위치에 따라 태아가 겪는 환경은 미세하게 달라진다. 바로 이 작은 차이가 지문의 세부 모양을 갈라놓는다. 지문은 통상 임신 13주차부터 수주에 걸쳐 만들어진다. 임신 14주차에는 손가락 마디 중앙에서 1차 융선이 생기고 17주차에 1차 융선이 다 만들어지면 그 사이를 메우는 2차 융선이 나타난다.

 

학계에서는 지문의 존재 이유를 두고 다양한 가설을 제시해 왔다. 

 

2009년 당시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롤런드 에노스 교수팀은 지문이 촉각을 예민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에노스 교수팀은 지문이 손끝의 물기를 일부 배출해 젖은 표면을 보다 쉽게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여기에 지문에 있는 돌출무늬가 거친 물체를 잡을 때 손끝에 가해지는 자극을 줄여 물집 발생을 방지하는 데 기여한다는 가설도 제시했다. 

 

코알라의 손바닥과 소의 비문. 게티이미지뱅크, 축산물품질평가원 제공

 

◆ 지문 대신 ‘비문’…코 무늬로 개체를 구분하는 법

 

지문을 가진 생물은 인간만이 아니다.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침팬지, 오랑우탄 같은 영장류는 물론 계통 분류상 거리가 있는 유대류 코알라에게도 지문은 발견된다.

 

코알라의 지문은 사람과 매우 유사해 호주와 미국 일부 주는 코알라의 지문 데이터베이스도 축적해 혹시 모를 실수를 예방하기도 했다. 1996년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교의 생물인류학자 겸 법의학자 마시에지 헨네버그는 “코알라 지문이 범죄 현장에서 발견될 가능성은 작지만, 경찰은 이런 가능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짚었다.

 

흥미로운 점은 개, 고양이, 소 같은 동물들은 코 부근에 ‘비문(鼻紋)’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문도 지문처럼 모양이 저마다 달라 개체를 구분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식용 소를 대상으로 송아지 때 비문을 채취해 개체와 혈통을 식별하는 데 활용하며 인천시 역시 생후 2개월 이상 반려견의 비문을 등록하는 시범사업을 지난달부터 올해 말까지 운영하고 있다. 

 

분말법으로 지문을 채취하는 모습. 클립아트코리아

 

◆ 과학수사 속 지문 채취의 원리

 

지문의 활용 범위는 과학 발전과 함께 확대되고 있다. 특히 범죄 수사 분야에서는 용의자를 식별하는 핵심 증거로 자리매김했다. 대표적인 지문 채취 방식은 ‘분말법’이다. 미세한 가루를 묻힌 고운 붓으로 물체 표면을 조심스럽게 문질러 지문을 채취하는 방법이다. 이는 손가락 끝의 유분이 물체에 지문 모양으로 찍혀 남는 원리를 활용한다. 실제로 지문은 98.5%의 수분과 지방산, 아미노산, 나트륨 등 1.5%의 유·무기물로 구성돼 있다.

 

지문이 너무 오래돼 분말법으로 채취하기 힘들다면 ‘닌하이드린(Ninhydrin)’ 용액을 사용할 수 있다. 지문에 남아 있는 아미노산과 반응해 보라색으로 변색시키는 원리다. 시약을 바른 뒤 열을 가하거나 일정 시간 기다리면 지문이 나타나며 주로 흡수성이 있는 대부분의 종이류, 코팅되지 않은 목재 등에 적용된다. 

 

유리, 플라스틱, 금속, 코팅된 목재류처럼 매끄러운 비흡수성 물체에는 순간접착제를 활용한 지문 채취가 가능하다. 접착제의 주성분인 시아노아크릴레이트가 수분과 반응해 하얗게 응고되는 백화 현상을 응용한 기법이다. 밀폐 용기 안에서 시아노아크릴레이트를 기화시키면 지문의 유기물 속 수분과 반응해 하얀 형태의 지문 무늬가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