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원 3년 운영해야 신청… ‘간판’ 못 달면 유지비 지자체 몫 [심층기획-지차체는 ‘국가정원’ 경쟁]

지역 생태자원 활용 관광 수요 창출
지자체들 ‘제2 순천만’ 꿈꾸며 유치전
2030년까지 새 국가정원 2곳 지정
지속적 운영 받쳐줄 재정 여력 중요

나주·대구·부산 등 수백억원 규모 추진
경기서만 안산·가평·고양 등 9곳 도전장
실패해도 시설·수목 관리비 계속 부담
전문가 “재정 여력·필요성 먼저 따져야”

산림청이 제3차 정원진흥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새롭게 국가정원 2곳을 지정하겠다고 밝히자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 경쟁이 뜨겁다. 지역의 생태·경관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하고 주민들에게 녹색 휴식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녹색복지 사업’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정원산업과 박람회 유치, 일자리 등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능도 있다. 특히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처럼 정원이 도시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을 경우 관광객 유치와 지역 인지도 향상이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국가정원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정원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을 갖췄느냐다. 국가정원에 도전하려면 지자체가 먼저 상당한 예산을 들여 지방정원을 조성하고 3년 이상 운영해야 한다. 이후 평가를 거쳐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지 못하더라도 이미 조성한 정원은 그대로 남고, 시설과 수목을 유지·관리하는 비용 역시 지자체가 계속 부담해야 한다. 결국 국가정원이라는 ‘간판’을 달지 못하더라도 주민을 위한 지방정원으로 장기간 운영할 수 있는 재정계획이 사업 추진 단계부터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림청이 제3차 정원진흥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새롭게 국가정원 2곳을 지정하겠다고 밝히자 지방자치단체들의 유치 경쟁이 뜨겁다. 사진=생성형 AI 이미지

◆전국 곳곳 수백억원 투입… ‘국가정원’ 도전 러시

 

전남광주 나주시는 영산강 저류생태습지 일원을 남도 대표 수변 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지방정원’ 조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는 지방정원 등록을 마친 뒤 운영 실적을 쌓아 순천만과 울산 태화강에 이은 ‘대한민국 제3호 국가정원’ 승격을 최종 목표로 설정했다.

 

현재 1단계 사업으로 부지 10㏊ 이상, 녹지율 40% 이상 등 지방정원 법적 등록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주제정원, 생태습지, 방문자센터, 웨이크파크, 맨발길 등 수변 정비 및 기초 인프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개장 후 연간 운영비는 5억~30억원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대구시는 북구 노곡동 금호강 하중도(하중도원)를 대한민국 3호 국가정원으로 키우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하중도 지방정원 조성사업을 우선 추진해 국가정원 승격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하중도 지방정원 조성에 74억원, 팔달교~동변동으로 이어지는 금호강 데크길 조성 사업에 국비 166억원 등 총 24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부산시는 2023년 8월 제1호 지방정원인 ‘낙동강정원’을 국가정원으로 지정받기 위해 지방정원의 생태·경관 및 이용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일원 250만㎡ 규모의 낙동강정원은 국가하천 내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하천형 지방정원으로, 일반적인 정원과 달리 낙동강 하구의 자연성과 생태적 특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 차별화된 정원 모델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낙동강 국가도시공원과 부산낙동강정원 국가정원 지정에 약 1000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남권에서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남 진주시는 지난 4월 17만5000㎡ 규모의 ‘월아산 숲속의 진주’를 지방정원으로 등록했다. 3년간 운영실적을 확보한 뒤 2029년 국가정원 지정 신청 절차를 밟아 2030년 국가정원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수도권도 경쟁 가열… 경기서만 9곳

 

수도권에서도 국가정원 유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경기도에서는 국가정원에 도전하는 지자체가 9곳에 달한다. 경기연구원의 ‘경기도 국가정원 추진방안 기초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내 국가정원 추진 가능 대상지는 안산 새로숲과 양평 세미원, 가평 자라섬, 안양천, 연천 세계평화정원, 포천 한탄강정원, 남양주 다산생태정원, 하남 당정섬 등 8곳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민선 9기 들어 고양시가 창릉천을 중심으로 국가정원 추진에 나서면서 경기도에서만 9곳이 국가정원에 도전하고 있다.

 

사업 규모도 작지 않다. 안산시 상록구 옛 시화쓰레기매립지 일원 45만㎡ 규모의 경기지방정원 ‘새로숲’ 조성에는 연계사업을 포함한 총사업비가 989억원이다. 안양시도 광명·군포·의왕시와 함께 안양천 지방정원을 추진 중이다. 안양시 구간 12.2㎞에만 교감정원과 향기정원, 물의정원 등을 조성하는 데 1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본다. 고양시는 북한산∼창릉천 구간의 시유지를 중심으로 10만㎡ 이상 규모의 지방정원을 우선 조성, 2030년 지방정원 등록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토지보상비를 제외한 정원 조성비는 약 66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2025년 가평 자라섬 가을꽃 페스타의 모습. 가평군 제공

이미 지방정원 등록을 마치고 국가정원 승격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 가평군은 지난해 10월 61만4800㎡ 규모의 자라섬을 경기도 제2호 지방정원으로 등록하고 국가정원 지정을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 마련에 나섰다. 양평군은 경기도 제1호 지방정원인 세미원을 두물머리 일대와 연계해 국가정원으로 도약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강원에서는 춘천시가 164억원을 투입해 중도동 일원 18만㎡에 ‘호수지방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올해 초 착공한 호수지방정원은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며, 국가정원 승격이 최종 목표다. 영월군은 이미 지방정원으로 등록된 ‘동서강정원 연당원’을 기반으로 국가정원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정선군은 가리왕산 일원을 활용한 ‘올림픽 국가정원’을 추진하는 등 강원지역에서도 지역의 산림·수변 자원을 국가정원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금창호 한국정책분석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국가정원에 도전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국가정원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지방정원을 장기간 유지·관리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있는지, 주민들에게 실제 필요한 사업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