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연간 300회를 넘겨 외래진료를 받는 환자는 301회째부터 진료비의 90%를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정부가 과도한 의료 이용을 줄이기 위해 현재 연 365회 초과자에게 적용하는 고율 본인부담 기준을 300회 초과로 강화한 것이다. 다만 아동·임산부와 중증장애인, 중증·희귀·중증난치질환자 등 잦은 외래진료가 불가피한 환자는 예외로 둔다.
정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비롯해 법률공포안 45건, 대통령령안 23건, 일반안건 7건을 심의·의결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2024년 기준 17.9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6회의 2.7배 수준이다. 지난해 외래진료 이용자 약 4840만명 가운데 연간 300회를 넘긴 사람은 7765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2024년 7월부터 연 365회 초과자의 본인부담률을 90%로 높였는데 내년부터 기준을 더 낮추기로 했다. 예외 대상이 아니더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심의를 거쳐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5·18민주화운동 관련자의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폐지하는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관련자들이 시효에 막히지 않고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한을 2027년 9월16일까지 1년 연장하는 특별법 개정안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피해자 인정 신청 기한은 2028년 3월16일까지, 치유휴직 신청 기한은 2028년 9월16일까지 각각 1년 늘어난다.
청년고용 정책의 청년 연령 기준도 기존 15∼29세에서 15∼34세로 확대된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시행령 개정으로 관련 취업지원 정책의 수혜 범위가 넓어진다.
학교안전사고로 피해를 본 학생이나 교직원이 2·3인실에 입원하더라도 입원료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법 시행령 개정안도 의결됐다.
방송 광고 규제도 완화된다. 프로그램별 광고 편성시간 총량규제를 폐지하고 중간광고 허용 기준을 현행 45분 이상 프로그램에서 30분 이상으로 확대한다. 채널별 하루 광고시간 총량은 방송시간의 17%에서 20%로 늘리고 자막·가상·간접광고 크기도 화면의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완화한다.
경찰·소방·민원 공무원과 감정노동자, 재난피해자 등 심리적 고위험군을 위한 범정부 자살예방 대책도 보고됐다. 정부는 자살 등 중대재해 발생 위험이 급박한 공무원의 직무를 즉시 중단하고 휴식을 부여하는 ‘긴급 직무휴지’ 제도를 신설하고,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를 11곳에서 16곳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반복·특이민원은 기관이 책임지고 대응하는 전담체계도 구축한다.
옥외 집회·시위 신고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과 민간 사업자도 국가기간전력망 개발사업 시행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도 의결됐다. 정부는 중대범죄수사청이 다음 달 개청 즉시 수사·행정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정보시스템 구축비 41억9000만원을 목적예비비에서 지출하기로 했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2차 행정·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국가 균형발전과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시대적 과제”라며 관련 부처에 연내 추진계획 수립과 주거·교육 등 정주여건 마련을 주문했다.
한편 한 총리는 이날 별도로 열린 제17차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 소비자 전 분야에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법원이 사업자에게 자료 제출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대규모 소비자 피해 발생 시에도 실질적 회복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며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소비자 권리보장 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7차 소비자정책 기본계획에 인공지능(AI) 기반 시장감시 체계 구축, 마이데이터 적용 확대,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사용자 친화적 키오스크 개발, 생활밀착형 제품 안전관리 강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