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신평/문이당/1만7500원
사법개혁과 로스쿨 개혁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목소리를 내온 신평 변호사가 첫 장편소설 ‘환생’을 펴냈다. 판사에서 교수, 변호사로 이어진 자신의 삶과 사법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소설 속 주인공의 삶에 투영했다. 현실의 제도와 권력에 맞선 한 지식인의 고난을 그리면서 인간의 자유와 영혼, 죽음 이후의 세계까지 사유를 확장한 작품이다.
주인공 영래는 판사로 재직하던 중 법관 사회의 부패와 돈봉투 관행을 문제 삼았다가 법복을 벗는다. 이후 대학교수로 임용돼 연구자로서 성과를 쌓지만, 이번에는 로스쿨 제도의 구조적 문제와 불공정을 비판하며 다시 기득권과 충돌한다. 거대한 제도와 권력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는다.
소설에서 영래는 ‘황야에 선 외로운 늑대’와 같은 존재다. 그가 맞서는 상대는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에 국한되지 않는다. 법원과 검찰, 로스쿨 등 사법질서를 둘러싼 기득권 구조 전반이다. 작품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권력을 가진 이들이 제도와 명분 뒤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현실을 비판한다.
영래의 삶은 저자가 걸어온 길과 겹쳐진다. 신 변호사는 1993년 사법부 파동으로 판사직을 떠난 뒤 낭인 생활을 거쳐 대학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면서 로스쿨의 구조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비판했고, 제도의 폐단과 사법질서의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소설은 이러한 현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인간이 거대한 제도 앞에서 겪는 좌절과 고독을 그린다.
그러나 ‘환생’은 사법개혁을 다룬 사회소설에만 머물지 않는다. 영래의 삶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질문은 ‘어떻게 자유롭게 살 것인가’이다. 세속적인 성공과 명예를 좇기보다 고난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참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작품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사랑하는 아내 숙경을 먼저 떠나보낸 영래는 깊은 상실을 겪은 뒤 유랑의 길에 오른다. 그리고 이야기는 현실의 세계를 넘어 영혼의 세계로 확장된다. 죽음을 맞은 영래는 육체를 떠난 자신의 영혼과 마주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와 다시 만난다. 인간의 의식과 영혼이 육체의 죽음 이후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영혼의 사후실재론’을 바탕으로 영혼의 존재와 영혼의 고향, 환생에 대한 사유를 펼쳐낸다.
특히 영래가 현실에서 아내 숙경과 인연을 맺기 전 영혼의 세계에서 수미를 만났다는 설정은 작품의 제목인 ‘환생’과도 연결된다. 현실의 사랑과 죽음 이후의 만남을 하나의 순환적 세계관으로 엮어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영래의 이름은 저자가 생전에 깊은 인간적 교류를 나누며 존경했던 조영래 변호사에게서 따왔다. 현실에서는 패배한 것처럼 보였던 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신념과 자유를 지켜내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영혼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환생’은 사법제도의 개혁이라는 현실의 문제에서 출발해 인간의 자유와 사랑, 죽음과 영혼이라는 보다 근원적인 질문으로 나아간다. 제도와 권력 앞에서 끊임없이 좌절하면서도 끝내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의 삶을 통해 ‘진정한 승리란 무엇인가’를 묻는 소설이다.
저자 신 변호사는 “이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가 어떻게 살아 것인가? 제 소설이 이에 관한 답을 정하는 데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