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급증으로 올해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동기보다 26.4%나 뛰었다. 1979년 고도 성장기와 맞먹는 47년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명목 GDP 급증은 한국 경제 덩치가 1년 사이 급격히 커졌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올해 1인당 국민소득도 4만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6000억원 규모의 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를 이달 30일부터 시작한다. 그에 앞서 9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1차 펀드’의 시장 안착 여부는 2차 펀드의 흥행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4대 시중은행이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국제 금융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11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전성 유지를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와 포용적 금융 기조 속에 위험성 관리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의 힘…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돌파 유력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명목 GDP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4% 성장해 1979년 3분기(27.7%) 이후 약 47년 만에 최고 증가폭을 기록했다. 1분기와 비교하면 9.2% 증가했다. 명목 GDP는 국내 생산물의 수량에 해당 기간의 가격을 곱해서 산출한다. 올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낸드 플래시 등 반도체 가격이 비싸지면서 명목 GDP가 급증했다.
김화용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2분기의 명목 GDP 성장세가 확대된 것은 GDP디플레이터(종합물가지표)가 1분기 12.9%에서 2분기 21.9%로 큰 폭 상승한 결과”라며 “명목 GDP 성장세 확대는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의 수익성 개선을 의미하며, 이는 먼저 총영업이익 증가로 나타나고 정부·가계 소득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2분기에는 반도체 외에도 화학제품, 운송, 장비제조업, 서비스업의 도소매 등도 실적 개선 흐름이 나타났다. 석유정제업은 정제 마진이 개선됐고 의약품·화장품 수출이 증가했으며 고부가 선박 수출도 늘었다.
기업 실적을 반영하는 2분기 총영업잉여는 전기보다 18.5% 늘어 2010년 통계 공표 후 역대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8.2% 증가했다.
벌어들인 외화가 많다 보니 총저축률은 45.6%로 1970년 1분기 통계 공표 후 역대 최고 수준에 달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3.9%포인트 불어났다.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666조8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3.1% 증가했다. 실질 GNI는 교역조건이 개선되고 실질 무역이익이 크게 늘면서 실질 GDP 성장률(0.6%)을 상회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15.6%)은 1988년 4분기 이후 약 38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실질 GNI는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구매력을 보여준다.
1인당 국민소득을 파악하는 데 쓰이는 명목 GNI는 846조9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8.8%, 전년 동기보다는 26.4% 증가했다. 명목 GNI는 명목 GDP에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더한 수치다.
명목 GNI가 증가함에 따라 올해 국민소득 4만달러 돌파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4년 처음으로 3만달러를 넘어선 이후 12년간 ‘3만달러’ 박스권에 머물러 있었다.
김 부장은 “남은 기간에 예상치 못한 충격이 없고 연간 명목 GNI 증가율이 현 수준을 유지하며 환율 안정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미 달러화 기준 1인당 GNI는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밝혔다.
2분기 실질 GDP 성장률 잠정치는 0.6%로 7월 발표한 속보치와 같다.
◆2차 국민성장펀드 흥행 이어갈까
금융위원회는 이날 2차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투자를 담당할 10개 자펀드 운용사를 선정하고 자금집행 준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번 2차 펀드는 1차 펀드와 동일하게 사모재간접공모펀드 구조로 조성된다. 국민 자금 6000억원과 정부 재정 1200억원이 합쳐져 총 7200억원이 10개 자펀드에 분산 출자된다. 결성금액의 60% 이상은 첨단전략산업에, 30% 이상은 비상장기업 및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사에 신규 자금으로 공급되는 구조다. 지난 5월22일 출시한 1차 펀드는 5영업일 만에 6000억원 전액이 소진되며 흥행한 바 있다.
2차 펀드 판매는 이달 30일부터 10월15일까지 2주간 24개 은행 및 증권사에서 진행된다. 1차 판매 당시 전체의 20%였던 서민전용 물량을 50%인 3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판매 첫 주에는 가입 쏠림을 막기 위해 온라인 판매 비중을 은행 40%, 증권 60%로 제한한다.
투자 유인을 위한 세제 혜택은 1차와 동일하다. 전용계좌로 가입하면 최대 1800만원의 소득공제와 배당소득 9.9%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가입 절차는 간소화했다. 1차 가입 시에는 투자자가 직접 홈택스 등에서 소득확인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했지만, 이번엔 공공마이데이터 시스템을 도입해 가입자 동의만 거치면 금융회사가 전산으로 증빙서류를 자동 확인한다.
2차 펀드 일정이 구체화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은 9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1차 펀드 상장형 수익증권의 첫 거래 흐름에 쏠려 있다. 5년간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상품 구조상 자금이 묶이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펀드 설정 이후 수익증권을 증시에 상장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급전이 필요할 경우 이를 매도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상장 이후의 핵심은 거래량과 기준가격 대비 시장가격의 괴리율이다. 세제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3년 이상 장기 보유하려는 가입자가 많으면 시장에 나오는 매도 물량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매도 주문을 받아줄 신규 매수자가 충분하지 않다면 수익증권의 시장가격이 펀드 순자산가치보다 큰 폭으로 할인된 채 거래될 위험이 있다. 만약 1차 펀드가 상장 초반 가격 방어에 실패한다면 중간자금 회수 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우려가 퍼져 2차 펀드의 신규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다.
최근 자본시장의 변동성 확대도 2차 펀드의 흥행을 위협하는 불안 요소로 꼽힌다. 1차 펀드 판매 당시 1100대 후반까지 오르며 기대감을 키웠던 코스닥 지수는 최근 800대 초반 박스권에 갇혔다. 증시 환경이 불리해진 국면에서 상장된 1차 펀드의 가격 안정성마저 흔들릴 경우 2차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전성 유지에 11조 필요…4대 은행 딜레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2028년까지 위험가중자산(RWA) 최저치를 72.5%로 올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의 바젤Ⅲ 기준에 맞춰 현 수준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유지하려면 약 11조3000억원의 추가 자본이 필요하다. 이는 1년 전(약10조8600억원)보다 44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NH농협은행은 비상장 특수은행으로 분기 보고서 공시 대상에서 제외돼 비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 은행들은 이 규제에 따라 현행 60%인 내부등급법(은행 자체 방법론)상 위험가중자산 최저치를 △2026년 65% △2027년 70% △2028년 72.5%로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보통주자본 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서 구한다. 위험가중자산은 대출금에 위험도를 곱해서 계산하는데, 기업·신용대출 등 위험한 대출이 늘어날수록 커진다. 바젤Ⅲ 규제가 강화된다는 것은 은행이 자체 모델로 대출 위험도를 아무리 낮게 산출해도 규제 당국 기준의 최소한(72.5%) 밑으로는 낮출 수 없도록 강제하는 조치다. 이를 맞추면서 보통주자본 비율을 방어하려면 은행들은 보통주자본을 늘려야 하고 이는 곧 추가 자본 투입을 의미한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제시하고 포용금융 등의 정책을 펴면서 보통주자본 비율을 맞추는 것이 어려워졌다. 가계대출을 늘리기가 쉽지 않아지면서 기업대출이 늘었고 위험 자산으로 평가되는 자산 비중이 늘었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과 정책자금이 늘어난 것 역시 비슷한 영향을 줬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 이익이 갑자기 엄청 많이 나서 보통주자본 비율이 커지지 않는 이상 필요한 자본 수준은 늘어나게 된다”면서도 “정부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은행의 기업대출이 늘면서 적립해야 하는 자본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정책적 요구에 부응할수록 자본 적립 부담 늘어나는 구조적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