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영의 머니볼]은 스포츠를 경기장 안의 스코어만으로 읽지 않는다. 선수와 팬, 기업과 자본, 기술과 시장이 얽혀 움직이는 스포츠 산업의 흐름을 데이터와 수치로 들여다본다. IT·인공지능(AI) 융합부터 스포츠 금융, 생활체육, 시니어 스포츠까지 전통적인 스포츠의 경계를 넘어 커지는 새로운 시장을 좇는다. 숫자에 담긴 돈의 흐름을 따라 스포츠 산업의 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읽고, 그 변화가 만들어갈 스포츠의 ‘다음’을 짚는다.
퇴근 후 헬스장에 가고, 주말이면 수영장을 찾는 일상이 달라지고 있다. 운동을 하면 포인트가 쌓이고, 체육시설에 쓴 돈에는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식이다.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온 ‘운동’에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국민에게 운동을 권하는 차원이 아니다. 운동하는 사람을 늘려 스포츠 소비를 키우고, 그 소비가 체육시설과 스포츠용품·서비스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취지다. 건강과 복지를 넘어 스포츠를 하나의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다.
정부는 지난 4일 ‘스포츠정책비전 2030’을 발표하고 국민의 스포츠 참여를 늘리는 동시에 시설·세제·금융 지원을 아우르는 산업 육성책을 내놨다.
9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스포츠산업 매출액은 84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5%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장이 위축됐던 2020년 이후 5년 연속 성장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종사자 수는 48만9000명으로 6.7% 늘었고, 사업체 수 역시 13만1764개로 4.4% 증가했다.
분야별로는 스포츠용품업 매출이 6.4%, 스포츠서비스업이 3.6%, 스포츠시설업이 2.6% 증가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한 스포츠용품 판매가 15.8% 늘었고, 스포츠용품 소매업과 스포츠 의류업도 각각 8.0%, 7.4% 성장했다. 스포츠산업은 단순히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다. 운동을 위해 체육시설을 찾는 데서 나아가 온라인으로 용품을 사고 일상에서 스포츠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소비 형태도 다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스포츠에이전트업 매출은 48.3% 증가했고, 스포츠이벤트업은 28.2%, 스포츠여행업은 13.1% 늘었다. 선수를 관리하는 매니지먼트부터 스포츠를 활용한 여행·이벤트까지 성장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다. 스포츠가 경기장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광·유통·서비스와 결합하는 산업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제시한 115조원은 현재보다 30조3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증가율로는 35.8%이며, 연평균 약 5.2%의 성장세를 이어가야 달성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스포츠 참여를 늘리고 산업 기반을 확충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내년도 체육 분야 예산도 크게 늘어난다. 내년 체육 예산은 1조8333억원으로 올해 1조6987억원보다 1346억원, 7.9% 증가한다.
눈에 띄는 것은 노후 공공체육시설에 대한 투자다. 관련 개보수 예산은 올해 953억원에서 내년 2558억원으로 2.7배 늘어난다. 긴급 보수에 대한 국고 지원 비율도 기존 50%에서 70%로 확대된다.
2030년까지 국민체육센터 110곳을 새로 짓고, 테니스장 등 야외 체육시설에는 그늘막이나 지붕을 설치하는 등 운동할 공간을 늘리는 동시에 기존 시설의 이용 여건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운동을 일상화하기 위한 유인책도 확대된다. 스포츠 참여 포인트 제도인 튼튼머니의 대상은 2030년까지 120만명으로 확대된다. 2027년부터는 체력인증과 운동 기록 등에 따라 금융상품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운동에 경제적 혜택을 연계해 참여를 끌어내는 방식이다.
세제 지원도 넓어진다. 내년부터는 총급여 700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도 체육시설 이용료에 대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헬스장·요가·필라테스 등 체육시설의 폐업 피해를 막기 위한 소비자 보호 장치도 강화된다.
기업을 향한 지원도 확대된다. 2026년 스포츠산업 금융지원 예산은 2883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스포츠 연구개발(R&D) 예산 역시 올해 8억원에서 내년 65억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인공지능(AI)·로봇 등 첨단기술을 스포츠에 접목하고 관련 기술의 사업화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 스포츠 수요를 키우는 동시에 기업의 새로운 상품·서비스 개발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청소년 스포츠 시장에도 투자가 집중된다. 청소년 체육활동 지원 예산은 올해 55억원에서 내년 424억원으로 7.7배 늘어나고, 지원 대상 스포츠단체 프로그램도 10개에서 36개로 확대된다.
정부는 스포츠에 대한 공공투자를 민간 소비와 기업 성장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관건은 투입된 예산이 실제 스포츠 소비와 기업의 매출·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