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가 자체 브랜드와 해외 사업을 앞세워 올 상반기 사상 최대 매출을 거뒀다. 플랫폼 수수료에 치우쳤던 사업 구조도 상품 판매와 해외 유통으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상장 절차에 들어간 무신사로서는 성장성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 셈이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목표로 거론되는 10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외형 성장 못지않게 연결 기준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신사는 지난 7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의 올 상반기 연결 매출은 82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별도 기준 매출도 7847억원으로 30% 늘었다.
성장을 이끈 한 축은 ‘무신사 스탠다드’를 비롯한 제품 판매다. 상반기 제품 매출은 266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9%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제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8.9%에서 올 상반기 32.4%로 3.5%포인트 높아졌다.
제품 매출 증가율은 2024년 29.9%, 2025년 33.6%에 이어 올 상반기 35.9%까지 높아졌다. 입점 브랜드의 거래를 중개해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 사업뿐 아니라 직접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사업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는 의미다.
해외 사업의 성장 속도는 더 가파르다. 올 상반기 무신사의 수출액은 37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배 이상 늘었다.
일본과 미국, 태국 등 13개 지역에서 운영하는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의 2분기 거래액은 1년 전보다 143% 이상 증가했다. 대만과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도 거래액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주력인 플랫폼 사업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수수료 매출은 상반기 312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2% 증가했다. 기존 플랫폼 사업이 성장하는 가운데 제품과 해외 매출까지 빠르게 늘면서 매출원이 한쪽에 쏠리는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는 셈이다.
남은 과제는 수익성이다.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5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줄었다. 매출이 20% 넘게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반면 무신사 법인만 놓고 보면 상황이 다르다. 별도 기준 상반기 영업이익은 657억원으로 13.1% 증가했다. 본업의 이익 창출력은 개선됐지만 자회사 실적과 신규 투자 비용 등이 연결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신사 측은 부자재와 공임비 상승, 거래 규모 확대에 따른 운반비·지급수수료 증가와 해외 사업 투자 등을 영업이익 감소 요인으로 꼽았다.
무신사가 최근 계열사 정리에 나선 배경에도 이런 상황이 깔려 있다. 브랜드 유통 사업을 맡아온 무신사트레이딩과 공간 기획·운영 업체 화이트룸 등을 본사로 흡수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단순화하고 있다. 화이트룸 합병 당시 무신사는 목적을 ‘경영 효율성 증대 및 사업 전문성 강화’라고 밝혔다.
외형 확대와 함께 재고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상반기 말 연결 재고자산은 4362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15.65%에서 16.95%로 높아졌다.
재고회전율도 같은 기간 1.7회에서 1.6회로 낮아졌다. 제품 사업이 커지면서 무신사가 직접 떠안아야 할 재고 부담 역시 함께 늘고 있다는 뜻이다.
시설 투자에 따른 고정비도 늘었다. 상반기 연결 기준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는 60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고 물류 인프라에 투자하면서 당분간 비용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확장 속도를 늦추는 것은 아니다. 무신사는 하반기 국내 오프라인과 해외 시장을 동시에 넓힌다.
국내에서는 뷰티 사업에 힘을 싣는다. 이달 홍대와 오는 11월 성수에 각각 약 400평 규모의 무신사 뷰티 단독 매장을 열고, 4분기에는 제주에 무신사 스탠다드와 무신사 뷰티 매장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일본과 중국을 주요 공략 지역으로 삼았다. 다음 달 일본 오사카에서 80여개 K패션·K뷰티 브랜드가 참여하는 대형 팝업스토어를 열고, 이를 토대로 2027년 일본 상설 매장 구축을 추진한다. 중국 광둥성 선전에도 무신사 스토어와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선보일 계획이다.
동남아에서는 현지 사업자와 손잡는 방식을 택했다. 무신사는 지난 7월부터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유통망 구축에 나섰다.
상반기 실적만 놓고 보면 무신사의 성장 방향은 분명하다. 플랫폼 거래가 늘어나는 동시에 자체 상품과 해외 매출까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패션 플랫폼’에서 브랜드와 유통을 함께 아우르는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IPO에서는 매출 증가만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시장에서 거론되는 10조원 수준의 몸값을 설득하려면 늘어나는 재고와 투자 비용을 관리하면서 연결 영업이익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형 확대가 실제 현금과 이익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어지느냐가 상장 과정에서 무신사의 몸값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