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걸음 수가 많지 않더라도 걷는 속도가 빠르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과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낮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걷기의 건강 효과를 단순히 ‘몇 보를 걸었는지’로만 판단하기보다 걸음 수와 걷기 강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호주 시드니대 이매뉴얼 스타마타키스 교수팀은 9일 영국 스포츠의학 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 10만3684명을 약 8년간 추적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3~2015년 손목 가속도계를 이용해 7일간 신체활동을 측정한 중년·고령자 10만3684명을 대상으로 하루 걸음 수와 걷기 강도, 사망 위험의 관계를 분석했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분석에는 6만4743명, 심혈관질환 사망 분석에는 7만75명이 포함됐다. 추적 기간 동안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은 1697건, 심혈관질환 사망은 502건 발생했다.
연구팀은 하루 걸음 수를 5000보 미만, 5000~7500보, 7500~1만보, 1만보 초과로 나눴다. 걷기 강도는 하루 중 가장 많이 걸은 30분 동안의 평균 분당 걸음 수로 평가했다. 이 30분은 반드시 연속된 시간일 필요는 없었다.
분석 결과 하루 걸음 수가 적더라도 빠르게 걷는 사람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과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빠르게 걷기 어려운 사람은 더 많은 걸음을 느린 속도로 걷는 경우에도 사망 위험이 낮은 것과 관련이 있었다.
예를 들어 하루 5000보 미만을 걷으면서 가장 많이 걷는 30분 동안 분당 80보를 걷는 사람은 하루 5000보 미만이면서 분당 45보를 걷는 기준군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28% 낮았다.
또 하루 5000~7500보를 걷는 사람은 분당 60보 정도의 속도에서도 기준군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30% 낮았다.
연구팀은 적은 양이라도 더 높은 강도로 걷는 것이 많은 양을 낮은 강도로 걷는 것과 비슷한 건강상 이점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가장 낮은 집단은 하루 7500~1만보를 걸으면서 가장 많이 걷는 30분의 평균 속도가 분당 약 100보인 경우였다.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하루 7500~1만보 집단에서 분당 90보까지 걸음 속도가 빨라질수록 낮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하루 7500보 미만을 걷는 사람도 가장 많이 걷는 30분의 분당 걸음 수가 많을수록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모든 걸음 수 구간에서 분당 90~100보 정도의 빠른 걸음은 낮은 사망 위험과 관련이 있었다. 분당 90보를 걷는 경우 하루 5000보 미만 집단의 사망 위험은 기준군보다 36% 낮았고, 하루 1만보 초과 집단에서도 29% 낮았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걷기의 건강 효과를 평가할 때 걸음 수와 함께 걷는 속도도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걸음 수를 채울 시간이 없거나 신체적 능력, 주변 환경 등의 이유로 많이 걷기 어려운 사람에게 특히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좌식 생활이 많은 사람이라면 건강을 위해 하루 최소 30분 정도 더 빠르게 걷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으며, 빠르게 걷기 어려운 사람은 5000~7500보를 편안한 속도로 걷는 것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특정 걸음 수 목표를 적용하기보다 개인의 시간과 신체적 여건에 맞춰 걸음 수와 걷기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