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 일대 유흥주점에서 만취한 손님에게 가짜 양주를 먹인 뒤 휴대전화 비밀번호 등을 알아내 거액을 가로챈 범죄조직 일당 63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과 특수상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총책 30대 A씨를 구속하고, 해외로 달아난 또 다른 총책 등 2명을 적색수배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4월부터 부산 서면 일대 유흥주점 5곳을 운영하며 취객을 유인해 가짜 양주를 제공한 뒤 손님이 정신을 잃으면 빈 양주병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술값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총책·실장·마담·웨이터·호객꾼·여성접객원 등으로 역할을 나눈 범죄단체를 결성해 조직적으로 범행했다. 호객꾼이 만취한 남성을 주점으로 유인하면 여성접객원이 술을 마시게 해 손님을 잠들게 한뒤, 웨이터가 남은 양주를 홍차 등과 섞어 가짜 양주를 만든 뒤 새 양주인 것처럼 제공했다. 손님에게 인터넷뱅킹이나 현금카드 결제를 유도하면서 휴대전화 패턴이나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피해자 계좌에서 돈을 이체하거나 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영업장부와 범행계좌 거래내역 등을 분석해 약 35억원 상당의 가짜 양주 판매 내역을 확인했다. 또 1년6개월간 1000여명을 상대로 피해 여부를 확인해 피해자 58명의 진술을 확보하고 1억원 상당의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특정했다.
이 과정에서 폭력조직원이 하부 조직원을 통제하면서 종업원들에게 자해를 강요하거나 폭행해 기절시키는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조직원 6명은 상위 조직원의 지속적인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경찰에 자진 신고하면서 범죄조직의 실체가 드러났다.
총책 A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범행을 지시하고 보고받으며 조직을 총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조직원들이 A씨에게 유리하도록 진술을 맞추기 위해 대책회의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의 수사가 이어지면서 범행을 부인하던 A씨 등 조직원 대부분이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해외로 달아난 공범 2명에게 가상화폐 테더로 도피자금을 지원하려 한 조직원을 추가 검거해 2억원 상당의 도피자금을 압수하고, 법원으로부터 기소 전 추징보전 인용 결정을 받아 범죄수익 처분을 막았다. 또 가짜 양주를 제조한 유흥업소 5곳의 무면허 주류 제조 사실을 국세청에 통보하고 해외 도피 공범 등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한 술값 사기가 아니라 취객의 약점을 노리고 폭력조직원까지 동원한 조직적 민생침해 범죄”라며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침해하는 조직적 사기 범죄를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