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의 경쟁 무대가 제품 판매에서 ‘구매 이후’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에어컨과 세탁기 청소는 기본이고 로봇청소기 분해세척, 입주청소, 층간소음매트, 맞춤 수납장, 연장보증까지 서비스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가전을 한 번 팔고 끝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제품을 사용하는 수년 동안 고객과 접점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오는 30일까지 ‘하이마트 안심케어 세일’을 열고 가전청소와 층간소음매트, 입주청소, 가전맞춤장, 연장보증 등 생활 케어 서비스를 할인 판매한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입주·이사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에 여름 동안 집중적으로 사용한 에어컨과 세탁기 등을 청소하려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시기를 겨냥했다.
대표 상품은 가전청소다. 에어컨·세탁기·냉장고·김치냉장고 청소 서비스를 최대 19% 할인한다. 벽걸이 에어컨 청소는 8만5000원, 드럼세탁기는 14만5000원에 제공한다.
같은 지역 주민들이 함께 신청하면 가격은 더 낮아진다. 동 단위 동일 지역에서 10대 이상을 신청하면 5%, 30대 이상은 10%, 50대 이상이면 15%를 추가 할인한다. 소도시는 면·리 단위 신청도 가능하다.
가전제품을 새로 구입하면서 정기 가전청소까지 함께 신청하면 최대 50% 즉시 할인한다.
눈에 띄는 것은 로봇청소기다. 롯데하이마트는 이번 행사에 맞춰 로봇청소기 분해청소 서비스를 새로 선보였다.
기존에는 로보락 제품을 서비스센터에 맡기는 형태의 청소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적용 범위를 여러 브랜드로 넓혔다. 전문 인력인 ‘CS마스터’가 고객이 요청한 장소를 방문해 직접 제품을 세척한다.
가격은 본체 청소 6만9000원, 본체와 도크를 함께 청소하는 풀청소가 9만9000원이다. 도크 추가 청소는 3만5000원이다.
로봇청소기 보급이 늘면서 단순 수리뿐 아니라 먼지와 오염물이 쌓이는 본체·도크 내부까지 관리하려는 수요를 새로운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셈이다.
가전 바깥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층간소음매트는 기존 600㎜ 모델을 2만6000원, 새로 출시한 1200㎜ 대형 모델을 13만2000원에 판매한다. 구매 수량에 따라 최대 10만원 상당 롯데모바일상품권도 제공한다.
새집증후군 제거 서비스는 3.3㎡당 1만8000원에 판매하고, SK쉴더스 홈 CCTV 상품은 최대 6만5000원 추가 할인한다. 홈 CCTV 상품에는 1년간 24시간 출동과 피해보상 서비스가 포함된다.
냉장고와 로봇청소기, 세탁기, 오븐, 식기세척기에 맞춰 제작하는 수납장도 최대 15% 할인한다. 냉장고 또는 김치냉장고와 수납장을 함께 사면 최대 38만원, 세탁기와 세탁기장은 최대 19만원, 로봇청소기와 전용장은 최대 7만원을 즉시 할인한다.
롯데하이마트가 청소부터 주거환경 관리까지 영역을 넓히는 것은 가전 유통만으로 소비자를 붙잡기 어려워진 시장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 가전 제조사들도 ‘판매 후 관리’를 새로운 고객 접점으로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케어플러스 가전·TV’를 통해 에어컨·세탁기·냉장고 전문세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 교육을 받은 엔지니어와 제품 특성에 맞춘 장비를 앞세워 분해세척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에어컨과 세탁기·건조기,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은 이전설치 서비스도 운영한다.
제품을 일시불로 판매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장기간 관리하는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필요할 때 이용하는 삼성케어플러스와 별도로 가전 구독을 통해 최대 6년간 제품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에어컨·세탁기·냉장고를 대상으로 전문 가전세척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문 장비와 전용 세척제를 이용한 분해·세척뿐 아니라 일부 서비스를 제외하고 세척 후 1년간 무상 사후관리까지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가전 구독·케어십을 통해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으로 관리 대상 제품을 넓혔다. 제품에 따라 클리닝과 성능 점검, 소모품 교체 등을 묶어 제공한다. 이사나 중고거래 등으로 제품을 옮길 때 필요한 철거·이동·재설치 서비스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가전 유통업계 경쟁사인 전자랜드도 가전청소 홈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는 전국 직영점과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과 함께 폐가전 수거와 가전청소 등 구매 이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가전과 이사·청소 서비스의 경계도 희미해지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와 연계해 이사·입주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린토피아는 현재 서울·경기·인천 전 지역을 비롯해 부산·대전·광주와 일부 지방까지 홈클리닝 서비스 지역을 넓혀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접수하면 전문팀장이 방문해 현장 확인과 청소, 검수까지 진행하는 구조다.
업계가 이처럼 ‘케어’에 힘을 싣는 이유는 분명하다. TV나 냉장고처럼 교체 주기가 긴 제품은 한 번 판매하고 나면 같은 고객이 다시 매장을 찾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반면 청소와 이전설치, 수리, 보증, 인테리어 서비스는 제품을 보유하는 동안 반복적으로 수요가 생긴다.
고객을 제품을 사는 순간에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전 과정에서 붙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롯데하이마트도 ‘안심케어 서비스’를 가전 판매 이후의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가전 청소와 수리 가능 품목·브랜드를 늘리는 한편 크린토피아와 연계한 이사·입주청소 지역을 확대하고, 제품 보증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하는 ‘하이워런티’ 적용 제품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결국 가전업계의 경쟁은 ‘어떤 제품을 얼마에 파느냐’에서 ‘산 제품을 얼마나 편하게 오래 쓸 수 있게 해주느냐’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에어컨 한 대를 판매하던 매장이 청소와 수리, 이사, 수납장, 보안 서비스까지 함께 파는 시대다. 가전 유통업체와 제조사 모두 소비자의 집 안에서 새로운 매출을 찾으면서 ‘판매 이후 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