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발 초호황에도 청년 고용난은 악화일로다. 국가데이터처가 어제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0만명 가까이 늘어났는데도 청년층(15∼29세)은 14만3000명 줄었다. 46개월 내리 감소세다. 올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동기 대비 47년 만에 최고치인 26.4%나 늘어나고 올해 수출 1조달러 시대가 예고된 상황에서도 청년 고용 한파는 더 혹독해지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성장 호조에도 청년 취업난이 심화하는 건 고용유발 효과가 낮은 인공지능(AI) 위주로 경기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반도체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86으로 제조업 평균(4.85)을 크게 밑돈다. 기업들은 업무에 AI를 도입하면서 신입 대졸자를 기피하고 수시·경력직 채용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 지난달에도 제조업과 건설업의 일자리가 26개월, 28개월째 줄었고 전문·과학·기술서비스분야도 부진했다. 이러니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일 수밖에 없다.
청년실업은 개인의 불행을 넘어 미래의 세수감소와 연금고갈위험을 키우고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까지 훼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 따르면 미취업 청년 한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6000만원이고 장기화할 경우 국가가 1인당 평균 10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 정부도 청년을 국정의 최우선순위로 삼겠다고 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고용지원금이나 일회성 취업 연계프로그램 등 땜질식 처방만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더는 20대 일자리 증발을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선 기업의 손발을 묶는 낡은 규제를 걷어내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기업들의 청년 채용에는 예산과 세제·금융 등 가용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노동시장도 청년 친화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기득권 노조와 정규직에 치우친 과잉보호를 줄이고 성과에 연동한 급여체계를 확산시켜야 한다. 정년연장도 청년 일자리를 줄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AI산업 전환에 따른 맞춤형 대책은 청년들이 경력사다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과 교육프로그램을 정교하게 짜야 할 것이다. 기업도 힘을 보태야 한다. 청년들이 적절한 직무 경험을 쌓도록 돕는 게 기업의 인재육성에 도움이 되고 그 자체가 최고의 사회공헌이다. 이제 정부와 기업이 청년 취업난을 풀기 위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