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건당 5만원의 산업재해 신고 포상금을 신설할 계획이다. 1인당 신고 횟수 제한을 풀라는 이재명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느라 예산 절감을 위한 고육책을 짜낸 것으로 보인다.
9일 노동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산재 신고 포상금은 내년 93억원으로 올해(111억원) 대비 16.5% 줄어든 규모로 편성됐다. 전체 신고 건수가 줄어들진 않을 것으로 상정했다. 다만 노동부는 기존 500만원과 50만원 구간 외에 5만원 구간을 신설해 전체 추계에서 예산을 줄였다.
구체적으로 고의적인 법 위반(500만원)은 100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확정되는 경우는 2만1000건으로 가정했다. 내년도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6대 고위험(추락, 끼임, 부딪힘, 화재·폭발, 질식, 폭염)으로 두되, 베임, 찔림 등 고위험이 아닌 경우를 신설했다. 고위험 경우는 500만원, 찔림 등 고위험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예방이 필요한데도 조치를 안 했을 때는 신고 시 5만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6대 위험과 기타 위험의 구분이 타당한지는 추후 쟁점이 될 수 있다. 5만원이 실질적인 신고 유인이 될지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노동부가 이 같은 묘수를 마련한 데는 이 대통령의 지시 영향이 컸다. 앞서 4월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포상금 지급의 악용 가능성을 언급하자 “파파라치 하면 어떠냐”며 “직업으로 생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고 횟수 제한을 두지 말라는 취지다. 노동부는 이를 반영해 지난달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기존 인당 3회로 제한하라 예정이던 산재 신고 포상금의 횟수 제한을 없애겠다고 했다.
인당 받을 수 있는 포상금이 무제한이 되면 예산이 막대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동부는 추후 시행령에서 총액 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 제도는 당초 계획한 ‘연내 시행’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산재 신고포상금의 법적 근거를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지난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이후 본회의에 계류돼 있고, 차주 본회의 통과도 불투명하다. 이달 통과된다고 해도, 국무회의 통과 뒤 3개월 후 시행인 점을 고려하면 연내 시행은 물 건너간 셈이다. 올해 예산(111억원)도 불용 수순을 밟게 된다.
노동계에서는 조속한 통과와 동시에 노동자 보호 방안이 보완돼야 한다고 본다. 사업장의 법 위반 사실을 아는 사람은 대부분 해당 사업장 노동자인인데 신고 확인 과정에서 사측으로부터 불리한 조치를 받을 수 있어서다.
최명선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각종 신고제도에서 현장에서는 신고한 사람을 같이 알려줘 문제가 되곤 했다”며 “근로기준법 위반 경우 익명 신고제도를 도입해 효과를 낸 선례가 있어 포상금 신고에서도 이런 익명 신고 장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