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합수본 해산 땐 증거 적시수집 의문” [검찰청 폐지, 마지막 人터뷰]

① ‘마약 수사통’ 최진우 검사

“증거는 시시각각 소멸하는데
검사 조언만… 수사 공백 우려
전력 다해 뛰다 멈춘 듯 허탈”
10월2일 검찰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73년 만에 몸담은 조직이 문을 닫아 공소청(기소)과 중대범죄수사청(수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검찰 구성원들의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형사사법체계 대격변의 한가운데 선 ‘검찰청 사람들’의 목소리를 남기고자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개인적으로는 시원섭섭합니다. 전력을 다해 달려가던 걸음을 갑작스레 멈추고 새로운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게 허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정부마약범죄합동수사본부 소속으로 근무 중인 최진우 검사가 8일 수원지검 검사실에서 검찰청 폐지에 따른 소회를 밝히고 있다. 수원=유희태 기자

2017년 임관해 올해 10년차인 최진우 검사(변호사시험 3회)는 현재 마약범죄정부합동수사본부(마약합수본)에서 근무한다. 처음 부임한 대구지검 서부지청에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수사 검사로 지낸 그는 2020년 대구지검 포항지청을 기점으로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 등을 거치는 내내 마약 사건 수사를 맡았다.

최 검사는 8일 수원지검 내 마약합수본 검사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점조직 형태로 은밀하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마약 유통 조직에 대응하다 보니 명절 연휴, 성탄절이나 연말 연휴는 반납하고 업무에 매달리기 일쑤였다”고 지난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최근에는 청년 농업인을 가장해 정부 지원을 받으며 대마를 재배한 30대 피의자 2명을 검거했다. 대마 134주를 압수하고, 대마 재배 등 행위뿐만 아니라 보조금 부정수급 행위에 대해서도 기소했다. 최 검사는 “국가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지켜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정부마약범죄합동수사본부 소속으로 근무 중인 최진우 검사가 8일 수원지검 검사실에서 검찰청 폐지에 따른 소회를 밝히고 있다. 수원=유희태 기자

다음달 2일부터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에 따라 검사가 더 이상 수사를 할 수 없게 된 상황에 대해 최 검사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피의자 검거로 인해 늘 긴장된 상태로 하루를 보냈는데, 홀가분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 검사가 몸담은 마약합수본은 지난해 11월 설치됐다. 검찰과 경찰, 관세청 등 8개 기관 마약 수사·단속 인력 86명으로 구성됐다. 수사팀이 수사한 사건을 검사실이 송치받아 보완수사와 사건 처리를 하는 구조다. 마약 밀수 총책부터 최말단 유통책까지 일망타진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내왔다. 출범 6개월 만에 조직 범죄집단 8개 세력 등 235명을 입건하고 핵심 인물 109명을 구속했다. 그러나 검사의 수사권이 전면 폐지됨에 따라 합수본도 해산을 앞두고 있다.

최 검사는 ‘검찰이 수사에서 한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에서 기소는 검사만 할 수 있어 모든 범죄정보가 모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검사는 이를 종합해 수사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했다”며 “이제는 그럴 수 없어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정부마약범죄합동수사본부 소속으로 근무 중인 최진우 검사가 8일 수원지검 검사실에서 검찰청 폐지에 따른 소회를 밝히고 있다. 수원=유희태 기자

그는 “증거는 시시각각 소멸하는데, 합수본이 폐지되면 검사의 의견 제시는 사후적이고 보충적일 수밖에 없어 증거를 적시에 수집해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경찰과 검찰의 유기적인 협조가 합수본의 최대 장점이었다는 최 검사는 “수사는 혐의를 처음에 잘못 설정하면 바로잡기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마약합수본은 지난 7월 한 외국인 마약 공급 피의자를 출국 직전 공항에서 검거했다. 당시 수사팀이 해당 피의자를 특정한 건 검거 당일 오전이었다. 최 검사는 “합수본에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공문을 보내 협조를 구했다면 피의자를 놓쳤을 것”이라고 했다.

최 검사는 아쉬움이나 우려와 별개로 새 제도가 잘 정착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그는 “(형사사법) 시스템이 어떻든,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들어 보고자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계속 있는 한 사회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변화에도 흔들림 없이 제 소명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