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부짖는 녹음에도 성폭력 증거부족이라니…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안산 준강간 피해자母 국회 증언
“수사기록열람도 매번 거부” 울분

수사 초기 국선 변호인 배정 등
‘피해자 권리 중심 개혁’ 목소리
“아이의 울부짖는 육성 녹음과 스마트폰을 확인했는데 ‘증거 부족’, ‘쟁점이 아니다’라며 처벌을 못 받는다고 하면 저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안산 주점 준강간 사건 피해자 고(故) 채단비양의 어머니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찰 수사 피해자 및 지원단체 간담회’에서 이같이 울분을 토했다. 채양 어머니는 이 자리에서 사건 발생 직후 파출소 방문 과정에서부터 드러난 경찰의 불성실한 대응을 상세히 지적했다.

 

유족에 따르면 채양은 사건 당일 혼자 이동하기 어려울 정도의 만취 상태였으며, 동행한 친구가 피해 직후 울부짖는 채양의 고통스러운 육성을 녹음해 전달했음에도 담당 수사관은 정황 증거 수집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검찰개혁추진단 공동단장인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찰 수사 피해자 및 지원단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경찰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채양 어머니는 “죽고 싶다며 발버둥 치는 만취 상태의 아이를 병원이나 해바라기센터에 보내기는커녕, 1시간10분 동안 앉혀놓고 진술을 받았다”며 “이게 대한민국 성폭력 수사의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채양이 만취 상태이던 당시 단 한 차례 진술 조사만 진행하고 조사를 마무리했다. 핵심 증거인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 원본조차 압수수색하지 않고 가해자 측 변호인이 임의제출한 백업본만 확보하는 데 그쳤다. 피해자 스마트폰이나 정황 녹취 등 추가 증거 수거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은 수사 기록 및 DNA 검사 결과 열람 요청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부당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권리 보장’ 중심의 경찰 수사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영남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는 “조사가 끝난 뒤에야 국선변호인이 배정되는 현행 구조를 개선해 고소장 제출 등 초기 단계부터 국선변호인을 전면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수사관들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 독립된 피해자 전용 조사 공간 마련과 외국인 및 장애인 등 취약계층 피해자를 위한 전담 통역과 전문 조력 배정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폭력 활동가 ‘연대자 D’는 피해자 중심의 절차 안내 매뉴얼 배포와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책무 이행을 촉구했다. 아울러 비수도권 지역의 피해자 국선변호사 공백 문제를 해소해 사적 법률 시장의 상술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전국적 법률 조력망 구축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