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한국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지 1년 만에 소비자를 넘어 기업용 인공지능(AI)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를 대신하는 단계로 고도화하면서 글로벌 AI 기업들의 국내 기업 시장 쟁탈전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민간 영역을 중심으로 외산 AI 서비스 의존도가 높아지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오픈AI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챗GPT 엔터프라이즈(기업용) 도입 규모는 전년보다 약 28배 급증했다. 에이전틱 기능을 활용하는 ‘챗GPT 워크’와 AI 코딩 도구인 ‘코덱스’ 주간활성이용자는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14배로 증가했다. 컴퓨터를 직접 조작하며 여러 단계를 거쳐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 기능이 확대된 뒤부터 AI를 전제로 두고 업무를 재설계하려는 기업들도 늘었다.
김경훈 오픈AI코리아 총괄대표는 “AI 활용이 예전에는 챗봇 수준에 머물렀다면 기업들은 이제 AI와 새 제품·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며 “에이전트 도구 사용자 증가 폭이 가장 큰 직군은 법무였고, 재무·인사·회계·마케팅·영업 등 여러 영역으로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임직원에게 챗GPT를 제공해 업무 전반에서 활용하고 있고, 서울대에서는 5만명에 달하는 학생과 교직원이 연구와 행정 업무에 챗GPT를 쓰고 있다.
◆한국형 모델로 차별성 확보
국내 생성형 AI 시장이 성장할수록 외산 모델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독자 모델과 산업 특화 AI를 개발하고 있지만 외산 모델처럼 글로벌 소비자와 기업을 동시에 확보할 범용 서비스 역량은 부족하다. 핵심 인프라에 활용할 최소한의 독자 AI 기술력을 갖추고 공급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한국 특화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전 국민 대상 ‘모두의 AI’ 사업 등을 통해 자체 생태계를 키울 계획이다. 공공·금융 등 외산 AI 서비스 종속을 경계해야 하는 소버린 AI 영역도 독자 AI를 적용할 대표 분야다.
정부는 ‘모두의 AI’ 사업을 통해 국산 AI 서비스 수요를 늘리고 국내 AI 생태계를 키울 계획이다. 최상위 모델에서 미·중 기업들과 경쟁하기 쉽지 않은 만큼 독자 AI 모델을 활용해야만 하는 공공 영역부터 시작해 성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조준희 한국AI·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은 “우리 모델을 독자적으로 수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미국에 대한 종속을 경계하고, 중국 데이터 주권을 의심하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