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9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관련한 국민의힘의 증인·참고인 채택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윤석열정부 검찰이 2년 넘게 수사한 끝에 기소유예 처분한 사건을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추가 폭로를 계기로 청문회에서 다시 검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증인 없는 맹탕 청문회”라고 반발했고,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이 한 의원의 하수인이냐”는 말까지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15일 열기로 하고 실시계획서와 자료제출 요구안을 의결했다. 다만 핵심 쟁점인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안은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처리하지 못했다.
김 후보자는 2021년 브로커 양모씨의 부탁을 받고 제넨셀이 개발하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계획을 신속히 처리해 달라는 취지로 김강립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요청한 일로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김 후보자가 그 대가로 후원금 500만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 등을 적용해 2024년 12월 기소유예 처분했다. 김 후보자는 통상적인 민원 전달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민주당에 증인 44명과 참고인 4명의 명단을 전달했지만 민주당이 이날 아침 한 명도 채택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증인이 아무도 없는 맹탕 청문회를 만들려고 한다”며 “강력한 분노와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양씨와 제넨셀 창업자 강세찬씨 등을 불러 김 후보자가 임상시험 승인 요청 당시 양씨와 제넨셀 측의 관계, 양씨에게 돌아갈 경제적 이익을 알고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은 의혹을 잇달아 제기해 온 한 의원도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했다. 한 의원 역시 청문위원 참여가 어렵다면 증인으로 불러 달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내에서는 한 의원을 법사위원으로 사·보임해 직접 청문회에 참여시키자는 주장도 나왔다. 김재섭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김승원 의혹 사건에 대해 정면 돌파를 하고 싶으면 한병도 원내대표나 김민석 대표가 국회의장을 찾아가 ‘한동훈 의원을 청문위원으로 사·보임해 달라’고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미 장기간 수사를 거친 사건이라는 점을 앞세워 야당의 증인 요구에 맞섰다. 여당 간사인 김의겸 의원은 “2년 넘게 11명의 검사를 투입해서 집요하게, 강력하게 했던 사건”이라며 “결과적으로 기소조차 못 했다”고 말했다. 김동아 의원도 “이미 종결된 사건”이라며 “한동훈 의원이 하나씩 풀고 있는 수사 쪼가리를 가지고 무슨 대단한 의혹이 있는 것처럼 논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 의원 하수인이냐”고 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후보자가 증인이 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방은 증인 채택을 넘어 한 의원이 공개한 검찰 수사자료의 유출 경위로 번졌다.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성숙 국무총리에게 김 후보자의 기소유예 처분을 거론하며 “기소유예가 무죄냐”고 따졌다. 반면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한 의원이 공개한 ‘기소계획 보고서’를 두고 “검찰 내부 자료로 보인다”며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관계기관이 유출 경위와 위법 여부,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도 “검찰 내부 문서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수사자료 제공은 공무상비밀누설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해 범죄다. 경위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