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을 먹고 남은 두툼한 플라스틱 용기를 깨끗이 씻어 반찬통으로 재활용하는 가정이 적지 않다. 특히 용기 바닥에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PP)’ 표시가 적혀 있으면 안심하고 밥이나 국을 넣어 다시 데우곤 한다.
그러나 일회용으로 제작된 용기를 세척해 반복 가열하는 습관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과 화학물질을 스스로 삼키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전자레인지 돌리기 전에 '기름기'부터
용기 바닥에 폴리프로필렌(PP) 마크가 찍혀 있어도 방심은 금물이다. PP 소재의 내열 온도는 통상 120~160도로 알려져 있지만, 기름진 음식과 만나는 순간 안전선은 무너진다.
제육볶음이나 찌개 등 기름과 수분이 섞인 국물 요리는 전자레인지 안에서 국소 온도가 순식간에 200도 이상으로 치솟는다. 플라스틱 내열 한도를 넘어서는 순간 용기가 미세하게 변형되거나 녹아내리며, 찌꺼기 형태로 유기 화합물이 배출될 위험이 급증한다.
수세미 마찰과 전자레인지의 합작품
일회용 용기를 다회용 밀폐용기처럼 쓸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두께'와 '표면 내구성'에 있다. 다회용 용기와 달리 일회용 배달 용기는 단 1회 유통을 전제로 얇고 가볍게 사출된다.
주방 세제와 거친 수세미로 닦아내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스크래치가 무수히 생겨난다. 손상된 표면에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가 닿으면 균열 부위가 들뜨면서 단 1~2분의 가열만으로도 리터당 수천만에서 수억 개에 달하는 마이크로·나노 플라스틱 입자가 음식물로 쏟아져 나온다. 체내에 유입된 초미세 플라스틱 입자는 장벽을 통과해 혈관과 간 등 체내 조직에 축적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안전하게 덥히는 법과 올바른 재활용 기준
방법은 번거롭더라도 단순하다. 배달 음식이 남아 다시 보관하거나 데워야 할 때는 플라스틱 용기째 냉장고에 넣거나 데우지 말고, 반드시 도자기나 내열 유리 용기로 음식을 옮겨 담아야 한다.
만약 부득이하게 배달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넣어야 한다면 1분 미만의 짧은 시간만 가열하고, 수분이 없는 바싹 마른 음식이나 기름기가 흥건한 음식은 피해야 한다. 또한 이미 기름때가 착색되었거나 표면이 하얗게 들뜬 용기는 미련 없이 분리수거함으로 보내는 것이 안전하다.
분리배출 전 일회용 용기를 씻어 쓰는 절약 습관은 좋지만, '식품 가열용'으로 용도를 확장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제조 목적에 맞지 않는 반복 가열은 절약한 플라스틱 용기 값보다 훨씬 큰 건강상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다. 뜨거운 열기가 닿는 순간만큼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멀리하고 유리와 도자기를 선택하는 식습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