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모아 679원?”…연 10% 적금에 30만좌 몰린 이유

최대 5000원씩 31일간 매일 부어야 ‘연 10%’
출시 한달만에 30만좌 돌파…완주는 3명 중 1명
가입 20%는 17세 미만…‘다람쥐 키우기’ 통했다

연 10% 금리를 준다는데 한 달 뒤 받는 세전 이자는 679원 남짓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최대 금액을 넣어야 받을 수 있는 최고 금리지만 실제 이자는 커피 한 잔 값에도 못 미친다.

 

매일 저금할 때마다 다람쥐 캐릭터가 성장하는 게임형 요소를 적용해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가입 계좌 30만좌를 넘어섰다. 토스뱅크 제공

이 적금에 한 달 만에 30만좌가 몰렸다. 높은 금리보다 매일 돈을 넣고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가 저축의 문턱을 낮춘 결과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의 ‘키워봐요 31일적금’은 지난달 6일 출시된 뒤 첫 만기 시점인 지난 5일 누적 가입 계좌 30만좌를 넘어섰다. 출시 나흘 만에 10만좌를 돌파한 데 이어 약 한 달 만에 가입 규모가 3배로 불어났다.

 

숫자만 보면 파격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 평균 금리는 연 3.21%였다. 이와 비교하면 최고 연 10%는 단번에 눈길을 끌 만한 금리다. ‘연 10%’는 말 그대로 연이율이다.

 

가입 기간은 31일이고, 하루 저금 한도는 최대 5000원이다. 매일 한도를 채워도 원금은 총 15만5000원이다. 첫날 넣은 돈은 만기까지 한 달 가까이 이자가 붙지만 뒤늦게 넣은 돈일수록 이자가 붙는 기간이 짧다.

 

31일 동안 매일 5000원씩 넣고 최고 연 10%를 적용하면 세전 이자는 약 679원이다. 금리는 기본 연 1%에서 시작한다. 저금한 날이 3일이면 연 3%, 7일이면 연 4%, 14일이면 연 6%, 21일이면 연 8%가 적용된다.

 

31일을 모두 채워야 최고 연 10%를 받을 수 있다. 우대금리는 넣은 금액이 아니라 저금에 성공한 날수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흥행의 핵심은 오히려 번거로운 저축 방식에 있다.

 

이 상품에는 자동이체 기능이 없다. 고객이 매일 직접 앱을 열어 돈을 넣어야 한다. 일반 적금이라면 불편할 수 있는 과정을 토스뱅크는 게임으로 바꿨다.

 

돈을 넣을 때마다 화면 속 다람쥐가 자란다. 이용자가 미션에서 힘·매력·지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능력치가 쌓이고, 조합에 따라 마지막에는 아홉 가지 캐릭터 중 하나로 진화한다. 31일짜리 적금에 육성게임 방식을 입힌 셈이다.

 

반응은 빨랐다. 출시 일주일째인 지난달 13일 이후 하루 저금 고객은 매일 10만명을 넘었고, 일평균 저금 고객은 11만명에 달했다. 전체 이용 고객의 약 67%는 21일 이상 저금해 연 8%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채웠다. 3명 중 1명은 31일 동안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완주했다.

 

계좌만 만들어 놓고 방치하는 비율도 낮았다. 출시 초반 가입자의 94%는 계좌를 만든 당일 곧바로 첫 저축에 나섰다.

 

토스뱅크가 상품을 설계하며 겨냥한 것도 큰 이자보다는 저축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었다. 하루 최소 1원부터 최대 5000원까지 넣을 수 있고 만기도 31일에 불과해 장기간 목돈을 묶어두기 부담스러운 고객도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짧은 만기와 적은 납입액은 미성년 고객까지 끌어들였다.

 

출시 나흘 만에 가입 계좌가 10만좌를 넘어섰을 당시 만 17세 미만 명의 계좌는 약 2만좌로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가입 계좌 5개 중 1개 이상이 17세 미만 명의였던 셈이다. 이는 현재 30만좌 전체를 기준으로 한 비중이 아니라 출시 초기 10만좌 돌파 당시 집계다.

 

상품은 만 7세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다. 본인 명의 토스뱅크 통장이나 아이통장이 있으면 하루 1원부터 저금을 시작할 수 있다. 큰 목돈을 오래 묶는 기존 적금과 달리 어린이나 사회초년생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는 구조다.

 

은행 입장에서도 고객이 적금을 만들어 놓고 잊어버리는 것보다 31일 동안 매일 앱을 여는 편이 유리하다. 고객의 앱 접점을 늘리고 다른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접할 기회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이 상품의 흥행은 ‘연 10%’라는 숫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 손에 쥐는 이자가 1000원에도 못 미치는데도 한 달 만에 30만좌가 만들어졌다.

 

하루 5000원이라는 작은 목표와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 31일을 채웠다는 성취감을 한 상품에 묶은 결과다. 고객들은 큰 이자보다 ‘오늘도 하루를 채웠다’는 경험에 반응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적금 경쟁은 금리를 얼마나 더 얹어주느냐를 넘어, 고객이 얼마나 쉽게 시작하고 자주 참여하도록 만드느냐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