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국내 기업의 수익성·성장성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매출이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최대폭으로 증가하고 영업이익률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그러나 수출 기업의 재무 건전성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확대됐고 청년 고용은 46개월째 내리막이었다.
◆제조업 매출액 39.6% 증가… 영업이익률 24%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2만6509개(제조업 1만3218개·비제조업 1만3291개) 중 4260개 기업을 표본조사한 결과 매출액 증가율은 1분기 13.5%에서 2분기 26.7%로 13.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통계가 집계된 2015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직전 최고 기록은 2021년 4분기의 24.9%였다.
특히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이 39.6%로 전분기(21.1%)보다 2배 가까이 높아졌다. 반도체의 힘이 컸다. 제조업 중 기계·전기전자 업종의 매출 증가율은 88.5%로 전분기(52.1%)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 중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75.7%→119.7%)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14.0%로 떨어진다.
성장성뿐 아니라 수익성에서도 반도체의 영향이 뚜렷했다. 2분기 전산업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6.9%로, 지난해 2분기(5.1%)보다 11.8%포인트 올랐다. 역시 2015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직전 기록은 올해 1분기의 13.2%였다.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24.0%로 작년 동기(5.1%)보다 약 5배 늘어 역대 최고였다. 직전 기록은 지난 1분기의 18.1%다. 제조업 가운데 기계·전기전자 업종의 영업이익률은 43.0%로, 1년 전(7.4%)보다 5.8배 뛰었다. 반도체 업종은 고정비 비중이 높다 보니 영업이익이 매출보다 크게 뛰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반면 비제조업 영업이익률은 5.1%에서 5.0%로 소폭 하락했다. 운수업의 수익성 악화 영향이 컸다. 고유가 여파 및 우회 항로 이용에 따른 비용 증가로 운수업 영업이익률은 7.0%에서 4.8%로 낮아졌다.
반도체 대기업의 영향을 제외하면 제조업과 비제조업 간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전 산업 기준으로 2분기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6.2%다. 제조업만 놓고 보면 두 기업을 제외했을 때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4.0%에서 7.2%로 내려간다. 비제조업(5.0%)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은 이미주 기업통계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해도 성장성과 수익성이 개선되는 등 전체적으로 영역을 가리지 않고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 건전성과 수도권과 지방 사이 K자형 양극화
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액 1조달러’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지만 수출기업의 재무 건전성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 양극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기업이 집적해 있는 수도권의 부실채권 비율은 0%대인 반면 전통 제조업이 밀집한 비수도권은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서울 소재 기업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67%고, 경기도의 경우 0.06%로 집계됐다. 반면 부산은 15.62%, 광주는 3.51% 등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총 여신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수은이 해외 진출·수출 관련 기업을 지원하는 국책은행인 만큼 이번 통계는 국내 수출 산업 전반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풀이된다.
기업 연체율도 지역 격차가 컸다. 올해 8월 기준 서울 소재 기업의 연체율은 0.21%였지만 광주는 0.52%, 전남·전북은 각각 0.36%, 0.34%로 높았다.
수도권과 지방 간 건전성 격차가 벌어진 배경에는 산업별 경기 양극화가 자리 잡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적된 정보통신기술(ICT)·반도체 기업들은 최근의 수출 호조세를 직접적으로 누리며 실적 개선에 따른 낮은 부실률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지방에 밀집한 중공업·전통 제조업 분야는 고금리·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과 글로벌 경기 둔화 타격을 직접 받으며 부실 위험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특히 부산 지역의 고정이하여신비율(15.62%)이 유독 높은 것은 과거 글로벌 조선·해양 경기 침체 당시 발생한 중소 기자재 업체들의 부실채권이 완전히 청산되지 않은 채 장부에 남아있는 구조적 영향으로 풀이된다.
◆청년 취업 46개월째 내리막
수출 실적은 매월 기록적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청년 취업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청년 취업자수는 14만명 넘게 줄어 46개월 연속 감소했다.
국가데이터처가 9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915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만4000명(0.6%) 증가했다. 올 들어 취업자 수는 중동전쟁 여파로 4월(7만4000명)과 5월(-4만명) 크게 위축됐다가 7월(10만8000명)부터 차츰 회복되기 시작했다. 8월의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 3월(20만6000명)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취업자 증가세를 이끈 것은 60세 이상으로 19만1000명 증가했다. 반면 20대에서는 16만4000명 감소했고, 경제 허리층인 40대에서도 1만7000명 줄었다. 15~29세 청년층의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4만3000명 감소해 4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나타내는 고용률은 63.3%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청년층 고용률은 44.1%로 1%포인트 감소했다. 청년층의 고용률 하락세는 2024년 5월(46.9%)부터 2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