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정법원이 9일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아내 이모씨가 제기한 이혼 소송에서 권 창업자에게 2조4867억원 상당의 주식과 650억원의 현금을 이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우리나라 역대 이혼 소송의 판결 중 최고의 분할액이다. 앞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 분할금인 9440억원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다. 최 회장과 달리 권 창업자는 비상장인 스마일게이트의 특성과 은둔형 경영스타일로 일반 대중에겐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업계와 재계에서 권 창업자는 자본금 5000만원으로 한때 대한민국 부호 4위까지 오르는 등 자수성가한 개발자로 통한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권 창업자는 1.5세대 게임 창업가로 분류된다.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김택진 엔씨 창업자, 김범수 한게임 창업자 등 1세대 창업가에 이어 게임사를 설립했다. 서강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그는 학창 시절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연구·개발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멤버십’에 선발돼 활동했다. 2002년 권 창업자 본인 자본금 5000만원으로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했고, 당시 권 창업자가 지분 70%를, 배우자 이씨가 30%를 보유했다. 개발자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전형적인 인물이다. 이씨가 보유한 지분은 이후 신주 발행을 거치며 3%로 줄었고, 이씨는 2010년 지분을 중국 텐센트에 전량 매각했다.
권 창업자의 성공에서 빼놓을수 없는 게임은 지금의 글로벌 게임공룡인 텐센트를 키워냈다고 평가받는 FPS(1인칭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다. 당초 국내시장에서 크로스파이어는 스페셜포스·서든어택 등 슈팅 게임 경쟁에 밀려 국내 흥행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2008년 현지 배급사인 텐센트가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를 배급하자마자 대흥행하면서 일약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 덕분에 국내 게임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고, 텐센트 또한 빅테크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80여국으로 진출해 누적 회원 수 11억명을 기록한 글로벌 히트작이 됐다. 스마일게이트는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2020년에는 처음으로 매출 1조원(1조72억원)을 기록해 ‘연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2018년에는 또 다른 히트작인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로스트아크’가 출시됐다. 7년간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만든 이 게임은 글로벌 서비스 동시접속자 수 132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규모 PC 게임 디지털 유통 플랫폼 ‘스팀’ 역사상 MMORPG 부문 역대 1위(당시 기준)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그결과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국내 게임업계 매출 5위(1조4365억원), 영업이익 3위(3598억원)를 기록했다.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비상장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권 창업자는 포브스가 선정하는 부호 순위에도 항상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4월 포브스가 발표한 국내 부호 순위에 따르면 권 창업자 재산은 31억달러(약 4조1500억원)로 16위였다. 2023년엔 포브스 발표 기준 약 51억 달러의 재산으로 국내 부호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권 창업자의 지분 가치는 최대 8조원으로 추산된다.
권 창업자는 은둔형 경영자로 알려져 있지만 사회공헌 활동과 창업 지원 활동에는 적극 나서고 있다. 2008년 첫 영업이익을 낸 직후부터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지원, 학교 설립 지원 활동을 했고, 2012년에는 사회공헌 재단인 ‘희망스튜디오 재단’을 설립해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창업 인큐베이팅을 위한 ‘오렌지플래닛’ 창업재단(2014년)과 창의·창작 교육을 위한 ‘퓨처랩’ 재단(2017년)도 잇따라 설립했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이 오렌지플래닛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K컬처 행사 ‘꿈 페스티벌’에 직접 참석하는 등 후배 창업가들을 돕기 위해 종종 공식 석상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권 창업자는 2020년 게임 업계 최초로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