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세수로 경기도 적자 보전?… 용인시민 희생 외면한 탁상행정”

이상일 시장, 추미애 지사 비판
추 ‘법인세 5% 배분안’ 주장에
“어디서 가져오는지 명확히 하라”

정부엔 전력·용수 신속공급 촉구
“반도체 성과로 시민의 삶 개선”
“반도체 세수에 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6·3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거센 공세를 뚫고 재선에 성공한 이상일 경기 용인특례시장의 집무실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청사진이 큼직하게 걸려 있다. 책상 위엔 다산 정약용의 사상집, 인도 출신 경제학자 메그나드 데사이의 ‘휴브리스(오만)’ 등 삶과 정치에 관한 깊은 사유의 흔적도 배어 있었다.

이상일 경기 용인특례시장이 최근 시청 집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이 시장은 최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경기도와 시·군 간에 벌어진 첨예한 세수 갈등을 화두로 올렸다. 추미애 경기지사가 지난달 26일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제안한 ‘법인세 5% 광역 지자체 배분안’에 대해선 “(기초 지자체의) 법인지방소득세 50%를 가져가겠다는 생각은 포기한 건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추 지사가 요구한 전체 법인세의 5%가 정부 몫(약 90%)에서 가져오는 것인지, 기초 지자체 몫(법인지방소득세·약 10%)에서 빼 오는 것인지 모호하다는 점이다. 법인지방소득세의 절반(5%)을 달라는 거라면 언어유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그는 도의 시·군 법인지방소득세 공동 세원화 움직임에 대해선 “시·군의 거센 반발을 부를 불합리한 세원 수탈 행정”이라며 전면전을 선포한 터였다.

이 시장은 “도의 현금성 지원 사업들도 따져 보면 총 사업비의 70%를 시·군이 부담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생색은 도가 내면서 부담은 시·군에 지우는 모양새”라며 “이런 정책들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용인 시민들은 산단 유치 과정에서 토지 보상과 이주, 도로 정체 등 극심한 희생을 감내해 왔다”며 “이제 막 결실을 보려는 세수를 깎아 도의 적자를 메우려는 건 전형적 탁상행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24년 반도체 한파 당시 삼성전자가 낸 법인지방소득세가 ‘0원’에 가까웠던 사례를 들어, 업황에 따른 세수의 변동성도 경고했다.

도와의 세수 공방 속에서도 이 시장의 시선은 초 단위로 움직이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 현장에 고정돼 있었다. 용인엔 이동·남사읍 삼성전자 국가 산단(팹 6기)과 원삼면 SK하이닉스 일반 산단(팹 4기) 등 10기의 초대형 반도체 공장(팹·Fab)이 들어선다. 롯데월드타워 10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팹 10기의 총 투자 규모만 1000조~1200조원에 달한다. 500여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까지 집적되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태계’가 조성되는 셈이다.

이 시장은 “세계 반도체 시장은 피 말리는 속도전”이라며 정부의 신속한 행정 지원을 촉구했다. 삼성전자가 첫 팹 가동을 2029년 하반기로 1년 앞당겼음에도 부지 조성 공사가 지연되는 점을 짚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지 조성과 국도 45호선 확장, 전력·용수 공급망 구축을 차질 없이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600조원이 투입되는 SK하이닉스 일반산단 역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국비 지원을 받는 반도체특별법상 반도체 클러스터로 지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용인시는 2027년부터 연간 5000억원, 향후 1조원 이상의 법인지방소득세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은 “반도체로 얻은 성과는 시민 삶에 직결된 교통·교육·문화·복지로 환원될 것”이라며 “L자형 반도체 벨트를 연결하는 반도체 고속도로와 경강선 연장 등 철도망 구축을 위해 1조원 규모의 사업 기금을 단계적으로 적립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에세이에 적은 ‘오두막이 고달프면 궁전이 위험하다’는 격언을 인용하며 “위정자가 시민 미움을 사면 돌이킬 수 없다. 국익과 미래를 위해 당파를 뛰어넘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결단처럼 사유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프로젝트와 도시 인프라를 계획대로 실현해 시민 삶을 풍요롭게 하는 ‘용인 르네상스 2.0’을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