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지도 않은데 밥 한 공기 분량이라고?”
아침 출근길, 잼을 듬뿍 바른 식빵 대신 플레인 베이글을 집어 드는 사람이 많다. 달지 않고 기름기도 적어 부담이 덜할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혀에 느껴지는 단맛과 탄수화물의 양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미국 농무부(USDA)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플레인 베이글은 크기에 따라 개당 탄수화물이 45g대부터 70g대까지 벌어진다. 동네 빵집의 작은 베이글과 대형 카페에서 파는 묵직한 베이글은 이름만 같을 뿐 사실상 다른 음식이다.
◆안 달다고 탄수화물 적은 건 아냐
베이글의 함정은 단맛이 아닌 크기와 밀도에 있다. 반죽을 둥글게 빚어 끓는 물에 데친 뒤 굽기 때문에 속이 조밀하고, 한 개 중량도 식빵 한두 조각을 훌쩍 넘는 제품이 흔하다.
식빵 한 조각처럼 가볍게 여기고 먹으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하게 된다. 영양성분표의 총탄수화물에는 당류뿐 아니라 전분과 식이섬유까지 포함된다.
단맛이 거의 없어도 밀가루 전분만으로 상당량의 탄수화물을 채울 수 있다. 여기에 잼이나 꿀을 곁들이면 당류와 열량은 한층 더 올라간다.
◆당뇨환자, 먹는 순서 바꾸자 달라진 혈당
같은 음식이라도 먹는 순서에 따라 식후 혈당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웨일 코넬 의대 연구팀은 메트포르민을 복용 중인 과체중·비만 2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음식 섭취 순서를 바꿔가며 실험했다.
국제학술지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에 실린 이 연구에서, 첫 방문 때는 치아바타빵과 오렌지주스 등 탄수화물을 먼저 먹은 뒤 15분 후 닭가슴살과 샐러드, 브로콜리를 먹었다. 일주일 뒤 두 번째 방문에서는 순서를 뒤집어 단백질과 채소를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나중에 먹었다.
결과는 뚜렷했다. 단백질과 채소를 먼저 먹었을 때 식후 2시간 동안의 혈당 상승 폭을 나타내는 증가곡선하면적(iAUC)이 탄수화물을 먼저 먹었을 때보다 73% 낮았다.
온라인에서 흔히 보이는 ‘달걀 2개를 먼저 먹고 베이글은 반쪽만 먹어라’는 조언은 이 연구 결론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기보다, 식사량을 줄이고 탄수화물 섭취 순서를 뒤로 미루자는 생활 팁에 가깝다.
◆베이글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어떻게’
베이글 자체를 피해야 할 음식으로 볼 이유는 없다. 문제는 “안 다니까 탄수화물도 적겠지”라는 착각이다.
아침 식사로 베이글을 고른다면 포장지에 표시된 1회 제공량과 총탄수화물부터 확인하는 게 좋다. 크기가 큰 제품은 절반만 먹고, 통밀·통곡물 함량과 식이섬유 수치도 함께 챙기면 도움이 된다.
미국당뇨병학회는 정제곡물과 첨가당은 줄이고, 통곡물이나 채소·콩류처럼 식이섬유와 영양소가 풍부한 탄수화물 위주로 먹을 것을 권한다.
달걀이나 무가당 그릭요거트, 생선 같은 단백질 식품과 채소를 곁들이면 베이글만 단독으로 먹을 때보다 영양 균형을 맞추기 쉽다.
당뇨병 환자는 복용하는 약과 혈당 조절 상태가 제각각인 만큼, 구체적인 식사량은 의료진이나 임상영양사와 상의해 정하는 게 안전하다.